[백북스와 함께 읽는 책]주식회사 이데올로기 마조리 켈리 저

[백북스와 함께 읽는 책]주식회사 이데올로기 마조리 켈리 저

손익계산서는 절대불변의 원칙이 아니다?

  • 승인 2013-03-27 14:43
  • 신문게재 2013-03-28 11면
  • 김동일 ATI 신규사업부 이사·백북스 회원김동일 ATI 신규사업부 이사·백북스 회원
▲김동일 ATI 신규사업부 이사·백북스 회원
▲김동일 ATI 신규사업부 이사·백북스 회원
“일하지 않는 주주의 몫은 '이익'인데, 어째서 직원 몫은 '비용'이라 하는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논란이 많은 화두이다. 주주는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고 법적으로 기업의 주인이다. 그런데 진짜 주인과 같이 행동하는가?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약 3분의1은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그들의 의도는 기업의 장기성장이 아니라 단기간의 시세차익과 현금배당을 노리는 것인데, 이런 주주들을 기업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가?

여기에 반해 종업원들은 기업의 생존에 사활이 걸려 있다. 수십 년 봉직했던 기업이 문을 닫으면 당장 생계가 곤란할 정도로 중요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종업원 입장에서는 단기간의 실적 보다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이 더욱 중요하다.

이 책의 저자 마조리 켈리의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놀랍게도 마조리 켈리가 사용하는 논리적 무기는 우리가 항상 보는 손익계산서이다. 우선 손익계산서를 보자. 손익계산서는 “매출-각종 비용 (재료비+인건비)=이익” 이라는 수식을 보기 좋게 세부항목별로 세로로 나열한 것이다. 주주의 입장에서 수익과 비용이 얼마인지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마조리 켈리는 손익계산서의 수식을 다음과 같이 변형시킨다.

첫 번째는 “매출-재료비-인건비=이익”. 두 번째는 “매출-재료비=이익+인건비”이다. 첫 번째의 이익 항목이 첫 번째는 주주의 이익만 계산되지만, 두 번째에서는 종업원에게 지급된 인건비까지 기업의 이익으로 계산되었다. 전자의 논리에서는 종업원 인건비는 이익을 갉아 먹는 비용이지만, 후자의 논리에서는 종업원 인건비 역시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로써 엄연한 기업의 이익이다.

요약하면, 전자의 논리는 오직 자본만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비용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으나 후자의 논리는 자본과 더불어 종업원의 창조적 활동이 이익을 창출하는 것임을 전제로 한다. 간단한 수식변형이지만,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A라는 기업이 인건비로 20억 지출하여 이익을 80억 낸 경우와 B 라는 기업이 인건비로 60억 지출하여 이익을 40억 낸 경우를 비교해 보자. 1번의 논리를 따르면 A기업의 이익은 80억이고, B기업의 이익은 40억이므로 산술적으로 A기업의 주식가치는 B기업의 두 배가 된다. 그러나 2번의 논리를 따르면 두 기업의 이익은 모두 100억이며, 따라서 주식가치도 이론적으로 같다.

바로 여기에 마조리 켈리 논리의 설득력이 있다. 손익계산서는 절대불변의 원칙이 아니므로 목적에 맞게 현실적으로 '살짝' 바꾸어 쓸 수 있고, 이렇게 함으로써 종업원의 역할을 기업의 주인으로 정당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이 모든 부분에 대해 속 시원한 답변을 내 놓지는 못한다. 저자 역시 미래의 지도를 그리려는 것이 아니라 나침반의 역할을 상정하고 있는데, 겸손하면서도 솔직한 표현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적이 없다. 다루는 주제가 상당히 껄끄러운 것임에도 부드러운 말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마력이 있다.



김동일 ATI 신규사업부 이사백북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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