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한남대 총장 |
가령 “아니, 가난한집 제사 돌아오듯 이번 달에는 뭔일이 이리 많은겨”, “걱정마라, 산사람 입에 거미줄 치겠냐?”, “아, 호미가 어디로 갔담,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저기 네 아범온다” 잘못한 아이들을 야단칠때도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했고 남의 물건을 훔친 아이에겐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타일렀고, 게으름 피우는 아이에겐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 넣어야 짜다”고 충고했다. 생각없이 함부로 말하면 “말이 씨된다” 또는 “발없는 말이 천리간다”는 속담으로 타일렀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 마음이 서러울땐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고 위로했다.
이처럼 생활 속에 구전으로 전해지고 쓰여지던 속담들은 오랫동안 경험을 통해 깨달은 지혜와 진리, 교훈, 용기, 위로, 웃음등이 배어있는 의복과 음식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속담을 익숙하게 사용하면 우리들의 언어소통과 대화에 윤활유 역할도 하고, 깊은 속뜻을 유추하면서 논리적 사고력이나 언어 유창성 발달하게 된다. 자녀들의 언어 교육과 사고력 증진 훈련을 위해 속담들을 가르치고 사용하고 확장시키는 게 좋겠다.
추천할 만한 속담들을 간추려보겠다. 가는날이 장날(엄마가 피자를 사주겠다며 피자가게에 전화를 했는데 하필이면 그날이 쉬는 날이래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가는 떡이 커야 오는 떡도 크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신선 놀움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가을에는 대부인 마님도 나무 신짝 가지고 나온다), 가재는 게편(유유상종):'끼리끼리' 보다는 '두루두루'가 더 좋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감기 고뿔도 남을 안준다(지독한 구두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같은 값이면 검정소 잡아 먹는다/같은 값이면 은가락지 낀 손에 맞으랬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돈은 어떻게 버느냐 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돈을 버는 것은 기술, 돈을 쓰는 것은 예술),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까마귀 똥도 약이라니까 강에다 깔긴다)
개밥에 도토리(교실에 외로이 혼자 앉아 있는 친구), 개천에서 용난다(개똥 밭에 인물난다. 사람일은 먼 미래에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다), 겉다르고 속 다르다(표리부동),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대형마트는 잘 팔리는데 골목 상권은 죽게 된다), 고생 끝에 낙이온다(苦盡甘來),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제일 곱다고 한다(자기 자식은 무조건 예쁘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실천할 수 없는 일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하지 말자), 공든 탑이 무너지랴(현재 자기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광에서 인심난다(쌀독에서 인심난다/밥상에서 인심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글까(범 무서워 산에 못가랴/장마가 무서워 호박 못 심겠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부뚜막의 소금도 집어 넣어야 짜다/무언가를 얻고 싶다면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장갑을 머리에 쓰고는 모자라고 우기면 안되지), 금강산도 식후경(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배가 고프면 체면이나 예절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李下不整冠), 꿩먹고 알먹는다(一擧兩得, 一石二鳥), 남의 손의 떡이 더 커보인다(내것과 남의 것을 비교하는 것은 좋지않다/자식은 내 자식이 더 예뻐보이고 농사는 이웃집 논이 더 잘돼 보인다)
남의 제사에 감 놓으라 배 놓으라 한다(지나친 간섭은 예의가 아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뜨고도 못보는 당달 봉사/겉보기는 멀쩡한데 실속이 없는 사람), 내코가 석자(吾鼻三尺/내 문제가 너무 심각해 남챙길 겨를이 없다), 냉수 먹고 이쑤시기(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친다/양반은 얼어 죽어도 곁불은 안쬔다/겉치레를 지나치게 차린다), 누워서 침뱉기(하늘 보고 침 뱉기/남을 해치려다가 도리어 내가 먼저 손해 본다), 다 된 죽에 코 빠졌다(죽쑤어 개준다/거의 다 이루어진 일이 한순간의 실수로 잘못 된 경우). 달도 차면 기운다(달이 둥글면 이지러지고, 그릇도 차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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