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한국 손흥민이 결승골을 성공하고 환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파상공세를 펼치고도 무승부로 끝나는가 하는 아쉬움이 경기장을 뒤덮었다. 관중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절망이 찾아오는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반전이 벌어졌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차세대 스타 손흥민의 발 끝에서 기적이 펼쳐졌다.
한국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카타르와의 홈 5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손흥민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이날 축구장을 찾은 팬들은 한편의 반전 드라마를 경험했다. 한국은 초반부터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지만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전반 선제골 획득에 실패한 대표팀은 후반 15분 이근호가 헤딩슛으로 득점 가뭄을 해소시켰으나 4분만에 동점골을 내주며 땅을 쳤다. 승부의 균형은 더 이상 깨지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러나 후반 35분에 손흥민을 교체 투입한 최강희 감독의 기막힌 '한수'가 믿기 힘든 기적으로 연결됐다.
후반 추가시간 중에서도 막판이었다. 주심이 종료 휘슬을 울리기 직전이었다. 이때 문전 경합이 벌어졌고 공은 절묘하게도 골키퍼를 넘어 골문 앞에 서있던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손흥민은 침착하게 공을 차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장을 떠나던 팬들은 고개를 돌렸다.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기적의 감격을 만끽했다.
이로써 한국은 브라질로 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한국은 3승1무1패로 승점 10점을 기록해 우즈베키스탄(2승2무1패, 승점 8)을 제치고 조 1위로 올라섰다.
전반전 내용은 다소 아쉬웠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며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그토록 염원하던 선제골은 터지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길 수 있고 서두르다 보면 경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한국은 김신욱을 원톱으로 세워놓고 이청용, 지동원, 이근호, 구자철 등을 앞세워 골 사냥에 나섰다. 특히 이청용이 날카로운 돌파와 패스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8분 지동원을 빼고 이동국을 투입해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오래가지 않아 결실을 맺었다. 이근호가 후반 15분 머리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박원재가 좌측에서 올린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골키퍼의 키를 넘겨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한국은 4분만에 허망하게 동점골을 내줬다. 칼판 이브라힘이 문전에서 때린 중거리슛이 몸을 날린 골키퍼 정성룡의 옆을 스쳐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이후 한국은 총 공세 모드에 돌입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표팀 선수들이 느끼는 초조함은 커져만 갔다. 넣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감정 다툼이 거세지면서 경기 막판 양팀 선수들이 두차례 집단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 순간 손흥민이 터뜨린 극적인 결승골이 모든 상황을 일단락시켰다. 한국 선수들은 환호했고 감격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종료 휘슬이 울렸다. 카타르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누워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암에서 펼쳐진 반전 드라마는 이처럼 승자와 패자의 명암을 극명하게 갈라놓은 채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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