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현숙 홍성 갈산초 교감 |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24시간에 비유한다면, 나는 지금 몇 시쯤 살고 있을까? 평균수명 80세로 본다면, 24시간은 1440분, 80으로 나누면 1년은 18분이다. 10년에 3시간씩 간다고 하면 아마도 정각 3시쯤일 것이다.
3시! 어떠한가? 12시께 점심식사를 했다면 아마도 3시쯤 되면 입이 궁금(?)해 지는 시각이다. 그야말로 뭔가 허전해 먹을거리라도 있는가 냉장고도 열어보고 주변도 둘러보는 시각이 3시께가 아닌가. 인생의 나이에도 이 3시가 되면 점심 같은 젊은 날에 섭취했던(?) 지식도, 지혜도, 의욕도 방전되는 시기가 되는 가보다. 저녁까지의 허기진 배를 참지 못하고 생기와 의욕을 섭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던 중이었다.
그런데 드디어 3시경의 간식 같은 인생의 허기를 채워 줄 존재가 내게 찾아왔다. 3월 1일자 새내기교사로 발령받은 어여쁜 두 여선생님이 바로 내겐 3시의 허기를 채워주는 간식 같은 매우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아침마다 또는 교무실에 들어올 때마다 생글생글 짓는 미소와, 밤늦도록 교수·학습자료 준비에 바쁜 그 열의, 선배들을 대하는 바른 예의범절을 볼 때 샘솟는 나의 기쁨과 의욕이 바로 그것이다. 무엇인가 한가지라도 더 알려주고 싶고, 더 챙겨주고 싶고, 그래서 나 스스로 더 배우고 노력하도록 만드는 귀한 새내기 교사들이다.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내가 할 일이 생겼을 때, 가장 기쁘지 아니한가!
“교감선생님, 제가 하겠습니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알려주세요” 듣기만 해도 너무나 기쁘고 사랑스런 말들이다.
“교감선생님, 우리가 신규교사였을 때 생각해보면, 좋은 선배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던가 기억이 나지요? 부디, 우리는 좋은 선배가 되어 보람 있고 행복한 교직생활이 되도록 등대와 나침판이 되어 줍시다!”
교장선생님이 새내기 교사를 맞이하던 날 내게 신신당부하던 말씀이다. 내게 누군가를 위해, 또 누군가와 같이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것만큼 설레고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6시까지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내 인생 3시의 간식 같은 존재들이 찾아온 것이다.
그동안 새내기들에게 한 몇 가지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그 중 하나는 3월부터 교실 속 모든 것들을 기록하는 습관을 갖자는 것이다. 아이들의 변화하는 모습, 계획한 수업과 실제 수업 사이에서의 고민, 시행착오, 수업의 한 장면 등을 매일 매일 기록하여 교직생활을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을 가지라고 하고 싶다. 기록은 변화를 도모하고 변화는 역사를 창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선배들과 수업이나 교직에 관하여 고민하고 대화하며 공유하는 것에 친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직의 선배들과 나누는 작은 시간이나 의도적인 시간을 '내 교직(수업) 컨설팅'을 받는 기회로 만들어 가라고 하고 싶다. 같은 고민을 나눌 동료 간의 대화는 토론이 되고 토론은 사고를 촉진하며, 사고는 창조적인 교직(수업)으로 자신을 유도할 것이다. 또, 교직의 롤모델을 빨리 찾으라는 말을 하고 싶다. 좋은 모델은 매사에 긍정적이며, 연구하며 가르치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교사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그러한 교직의 선배를 찾는 것은 네 잎 클로버를 찾는 것처럼 쉽지만은 않지만, 내가 먼저 마음을 열면 언제나 가능하다.
문득 나의 신규교사 시절이 그립다. 지금도 오가며 보는 지척의 학교지만, 그날의 홍성초 5학년 3반은 언제나 내 꿈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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