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준영씨 |
3년 전 수도병원에서 침몰 상황을 설명하던 환자복의 병사는 어느덧 한 아이의 가장이었다. 한창 딸 아이를 키우며 행복할 때지만, 한편에서는 전우들에 대한 생각으로 전씨의 마음은 언제나 무겁다. 3ㆍ26 천안함 침몰사건의 생존자이자 첫 전역자인 이유에서다.
▲언제나 그리운 전우들=3월 26일, 천안함이 침몰한 날이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날은 다시는 볼 수 없는 전우 생각에 전씨에게 숙연해지는 하루다. 전씨는 어렵사리 전우들에 대한 추억을 꺼냈다.
전씨는 “동고동락하며 전우보다 가족 같은 우리였다”며 “낚시질로 올린 생선회를 먹는 등 계급을 떠나 서로 고민을 나누고 즐거움을 공유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전씨는 이어 “동기였던 고 이용상(22), 이상민(22), 이재민(22), 이상희(21) 하사(이하 추서계급) 등에 대한 그리움은 언제나 떠오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가가 명예 지켜줘야=전씨는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 한 대학병원에서 고위험군 판정도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국가유공자가 아니다. 2011년께 보훈청에 유공자 신청을 했으나 심사에서 떨어졌다. 전씨는 “외상적인 부상 등이 있었다면 곧 인정됐을 수도 있겠지만, 나 스스로 괜찮다고 여기며 제출자료 등에 소홀한 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씨가 바라는 것은 국가유공자가 아니다. 국가가 사자ㆍ생자 모두에게 최소한의 예우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씨는 “유공자라는 혜택보다 국가가 천안함의 명예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생존자들에게 패잔병이라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상부기관에서 제때 대비할 수 있는 정보를 줬다면 달랐을 것”이라며 “명령을 받아 수행하는 이들이 모든 책임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미 있는 삶 살겠다=3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천안함에 대한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씨는 “어쩔 수 없다. 생존자들이 설명한다고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에 전씨는 전우들의 몫까지 더 힘차게 살 것을 다짐하고 있다.
전씨는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 대전현충원을 찾아 전우들에게 의지하고 있다”며 “잘못했을 때 전우의 묘비에서 분발하겠다고 다시금 의지를 되새긴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내 일에 만족하며 살 수 없는 사람”이라며 “생존자 모두가 같은 입장일 것이다. 전우의 몫까지 살아야 하는 만큼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