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이모(42) 사무관은 지난해 정부세종청사 이전과 함께 첫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학창시절부터 서울 생활에 익숙한 그에게 세종시는 정주환경을 전혀 갖추지 못한 소위 촌동네(?)였다.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시민의식과 공동체 문화, 민간 및 공공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느끼는 격차는 컸다. 이처럼 최근 중앙부처 공무원 등 이주자들에게 비친 세종시 자화상은 여전히 옛 연기군이다.
무늬만 특별자치시, 무늬만 제2수도 지향 도시일 뿐, 국가정책에 따라 자의반, 타의반 이주를 택한 공무원 입장에서는 상실감이 크다는 얘기다.
1만여명의 외지인들이 정착한 첫마을의 단면을 보면,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점포의 절반 가까이가 부동산 일색이다 보니, 점심 때만 되면 식당가는 마비된다. 식당이 적어 줄을 서기 일쑤고, 마땅한 주차시설도 없다보니 도로는 주차차량으로 뒤엉킨다.
일부 식당에서는 맛을 떠나 알아서 손님들이 몰리니, 배짱영업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기존 과천청사 등 행정기관 인근 식당들이 손님 모시기 서비스 경쟁을 펼쳐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상가 앞쪽 도로에 주차구역이 없다보니 양방향 한쪽 차선은 아예 차량들이 점유하기 일쑤다.
다양한 계층과 지역, 연령대가 모인 첫마을 공동체, 나아가 세종시 공동체 조성을 위한 도시 전반의 소프트웨어도 부족하다.
읍ㆍ면ㆍ동사무소 주민자치 프로그램은 여전히 옛 연기군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고, 동호회 등 모임 활성화에 필수적인 수영장과 종합체육관 등은 아예 없다.
함께 모여 땀흘리고 부딪히고 소통하는 거점 및 부문 공간이 없다보니, 세종시민으로서 정체성을 갖지 못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첫마을 주민 대상 농장개설과 26일부터 시민행복 주민자치 아카데미 특강 시작, 조치원읍 5개 식당 연합 셔틀버스 공동 운영 등 긍정적인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지만, 외지인들의 체감 속도는 너무 더디다.
강모(49ㆍ첫마을3단지ㆍ회사원)씨는 “기반시설과 시민 공동체 프로그램 등 미리 갖춰진 소프트웨어없이 입주를 유도하다보니, 이런 인식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며 “차근차근 나아지는 모습도 있지만, 뭔가 순서가 뒤바뀐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 이모 사무관은 “현재는 주말 부부지만, 연말까지 가족 동반 이주를 고려 중”이라며 “전입신고 후 세종시민으로서 공동체의식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뭔가가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국토부 정모(46) 주무관 역시 “대전에서 출ㆍ퇴근하고 있는데, 주변이 너무 황량하고 외로이 떨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그래서 이사 시기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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