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처칠총리는 누구나 다 아는 소문난 골초였다. 1941년 독일의 런던 공습에서 드레이크가의 던힐 담배 가게가 폭격되었다는 소식에 크게 낙심했다가, 그의 쿠바산 최고급 시가는 무사하다는 소식에 안도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그는 살면서 30만대(일반 담배로 환산하면 약 15000갑)의 시가를 피웠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91세까지 건강히 장수했다. 흡연 때문에 주위에서 걱정과 질타의 화살이 날아 올 때마다 많은 애연가들이 정당화 구실로 처칠의 예를 든다.
담배 사랑은 시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나와 시와 담배는 이음(異音) 동곡(同曲)의 삼위일체/ 나와 내 시혼은 곤곤히 샘솟는 연기/ 끝없이 곡선의 선율을 타고/ 영원히 푸른 하늘 품속으로/ 각각 물들어 스며든다.'
하루 9홉 갑을 피운 오상순 시인의 '나와 시와 담배'라는 시다. 애연가답게 호 또한 담배꽁초와 유사음을 가진 공초(空超)다. 이 외에도 아인슈타인, 맥아더, 프로이트 등 많은 이들이 담배를 사랑했다.
하지만 담배연기엔 60여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종의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있어 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한번 중독 되면 끊기가 죽기보다 힘든 게 담배다.
실제 영국의 최초 흡연자인 월터 롤리는 군인이자 탐험가 였는데 제임스 1세가 지독한 혐연가로 흡연을 금지했는데도 담배를 끊지 못해 결국 참수 당했다. 또 오스만 제국의 무라드 4세는 무려 3만 명의 목을 잘랐다. 그런 탄압에도 사람들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숨어서 담배를 피웠다.
이젠 죽음의 위협은 사라졌다고 해도 흡연자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부는 전국 모든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확대하고 있고 최근엔 담뱃값 인상 논란에 불이 붙었다. 흡연자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애연가 보호법'을 만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쯤되면 차라리 금연이 상책이다.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담배 끊기가 어렵다지만 그래도 본인의 의지가 최우선이다. 며칠 전 102세 생일을 맞은 영국 할머니가 금연을 선언했다. 가족들의 염려로 82년간 피워온 담배를 끊기로 한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김숙자ㆍ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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