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취임 한 달을 맞은 가운데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에 나서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22일 우여곡절 끝에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명박 정부와의 단절을 위한 행보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금지 조치는 이런 분위기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과거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청산하는 동시에 새 출발을 위한 분위기 쇄신의 의도가 엿보인다.
원 전 원장에 대한 복수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주말 원 전 원장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민주노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4대 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대선 기간의 인터넷 여론조작, 종북·좌파단체 척결 공작, 4대강 등 국책사업 여론조작 등을 지시한 혐의로 원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원 전 국정원장은 임기가 끝난 지 3일 만인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해 스탠퍼드대학 객원연구원으로 갈 예정인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비난도 거세질 전망이다.
원 전 원장의 출금 조치에 대한 청와대의 사전 승인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사후 보고는 이뤄졌을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의견이다.
언론계의 최대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였던 MBC 김재철 사장 해임안도 주말에 전격적으로 상정됐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23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김 사장 해임안을 상정했다. 김 사장은 2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해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주부터 예상되는 산하기관장·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도 이명박 정부와의 선긋기 차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고 말해 왔지만, 임기보장을 약속했던 경찰청장의 교체에서 보듯이 조건 없는 임기보장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산하기관이나 공기업,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금융권 등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상된다.
다만, MB 정부 때 임명됐다고 해서 무조건 물갈이를 하는 게 아니라 유임된 김관진 국방장관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관 사례에서 보듯이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 공유 여부·전문성 등을 평가해 능력 있는 사람들은 선별해 유임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5년전 '이명박 정부' 초기와는 달리 물갈이를 위해 사정기관의 먼지털이식 조사 등 무리한 방식은 동원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는 확고한 지지층이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못됐던 인사와 관행·시스템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 부담이 적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전 정부의 잘못된 관행 등에 대한 단절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박 대통령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한 추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김대중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