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씨가 모아진 빗물을 정원에 뿌려주고 있다.
이민희 기자 |
유성구 지족동에 거주하는 김영일(64)씨는 '물'에 있어서는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있다. 11년전 자연친화적 집을 지으면서 김씨는 빗물재활용 시스템을 설치했다.
일반가정은 기껏해야 한달 2만원에 불과한 수도요금이 청구되지만, 빗물을 활용하기 위한 이 시스템에는 2000여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었다. 3.3㎡당 50만원씩 추가비용이 든 셈이다. 아무런 지원없이 친환경 생활을 실천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설을 설치한다고 했을때 주변에서는 김씨 부부를 이상한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김씨 부부는 유니세프를 통해 3명의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편지를 통해 전해지는 아이들의 소식은 김씨 부부에게 감동이자 아픔이었다. 물이 부족해 소와 말의 분뇨가 떠있는 물을 그냥마시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서 '나 한사람이라도 물을아껴야겠다'는 생각은 확신을 갖게했다.
김씨는 TV를 통해 소개된 친환경 건축학자를 수소문해 자문과 설계를 구했고, 지금의 친환경 주택을 완성했다. 지붕위로 흘러내린 빗물은 물받이를 통해 지하 물탱크로 고이고 이 물은 살균과 정화를 거쳐 가정내에서 생활용수로 쓰인다. 마당의 분수대와 정원과 텃밭의물로, 화장실 양변기 물로도 활용하고 있다. 일반 가정의 수도세가 2만원정도라면 김씨네 가정은 7000원 내외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김씨가 빗물 재활용 시설을 설치할 당시만 하더라도 정부나 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없었다. 하지만 김씨의 지속적인 건의로 대전시는 지난 1월 시행 지침을 만들어 가정내에서 이 시설을 설치할 경우 1000만원의 지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도 UN이 지정한 물부족 국가인데 앞으로 100년 뒤 후손을 생각해 물을 아껴 쓰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22일은 세계 물의날이다. 물에대한 소중함을 알고 미리 실천하는 김씨의 솔선수범이 호소력있게 다가온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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