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과정에서 특정후보와 관련 있는 역사적 사실을 알리기 위한 행동은 합법일까, 불법일까.
결과에 따라, 향후 모든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조계는 물론, 정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도 재판부를 주목하고 있다.
21일 오전 대전지법 316호 법정에서는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림)가 주관으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KAIST 졸업생 김모(27)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공판에서의 핵심 쟁점은 검사가 제기한 공선법 위반 내용 중 하나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김씨는 대선을 앞둔 2012년 12월 11일 둔산동의 한 도로 위에서 '일본에 혈서를 쓰고 충성을 맹세한 만주군 장교 다카키 마사오'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었다. 김씨의 행동을 보고 익명의 사람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한 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김씨가 공선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정식 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공선법은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행동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무리 피고인의 행위가 공익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해도 표현방식을 고민해보고 적합한 수단을 사용했어야 했지만, 피고의 표현은 유권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자신의 목적 또는 주장을 표현해 선거를 과열, 혼탁하게 하고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 것”이라며 벌금형(병합 400만원)을 구형했다.
반면,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내용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일본에 혈서를 쓰고 충성을 맹세한 만주군 장교 다카키 마사오라는 표현은 이미 대선 후보 방송토론회 등에서 거론됐고, 역사책에 명시된 명백한 역사적 사실로, 진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선거운동 기간이라고 후보자와 관련해 이미 공개된 사실과 역사적 사실을 말할 수 없게 하면 모든 선거에서 진실을 말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며 “피고인의 행동은 공선법 위반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이 있어야 공선법을 적용할 수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을 말했고, 그 부분을 더 알리고 싶었을 뿐”이라며 “결국,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표현의 자유기금'에서 소송구조로 하는 재판이다. 선고는 다음달 4일 오후 2시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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