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덕재 시인·대전시 인터넷방송 PD |
그런데 원은 힘의 균형이 가장 조화로운 도형이다. 원이 지닌 힘의 균형은 인류문명을 발전시킨 바퀴의 발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대사에서 바퀴의 흔적은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손수레에 바퀴를 달면서 농경문화의 생산성은 급격히 높아졌다. 바퀴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전차의 위력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원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중의 하나는 공이다. 공의 등장은 수많은 스포츠의 탄생을 가져왔다. 축구와 야구, 농구 등 대중적 인기의 스포츠는 공을 놓고 경기를 한다. 구기종목 스포츠를 두 부류로 나눠본다면 손으로 다루는 경기와 발로 차는 경기로 나눌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스포츠의 예측 불가능성이 확장되는 신체 부위를 꼽으라면 단연 발이다. 발의 부정확성은 손과 비교해보면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축구가 인기를 얻는 이유도 둥근 공을 발로 다룬다는 변수 때문일 것이다. 또, 축구는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종목이라는 점이 흥미를 높인다.
이 사실은 여러 역사적인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칼레의 기적'이다. '칼레의 기적'은 1999~2000시즌 프랑스 FA컵에서 아마추어 선수로 구성된 4부 리그 팀 칼레가 상위리그 팀들을 꺾고 차지한 준우승을 일컫는다. 결승에서 낭트에 패해 우승컵은 놓쳤지만 칼레라는 이름은 약체가 강호를 이길 때마다 등장하는 대표적인 비유이자 상징적인 용어가 됐다.
올해로 한국 프로축구가 30년을 맞았다. 특히 올해부터 2부 리그가 운영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승강전쟁이 시작된다.
올 시즌 K-리그 강등 티켓은 2.5장이다. 강등의 불안과 승격의 기쁨이 교차할 수 있기에 축구를 보는 재미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프로축구 30년 사상 처음으로 2부 리그 팀이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꿈꿀 수 있다는 의미에서 축구의 매력이 배가되고 있다.
승강전쟁에서 가장 속이 타는 팀은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시·도민구단이다. 대전 시티즌 역시 그 중 하나다. 한때 대전 시티즌이 축구의 르네상스를 이끌던 시기가 있었다. 10년 전인 2003년 대전월드컵경기장에는 매 경기 2만여명의 관중이 몰렸다. 당시 K리그 평일 최고 관중 수 4만 3770명의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의 대전 시티즌은 과거의 명성을 잇지 못하고 있다.
알 만한 스타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승률이 높은 편도 아니다. 그러나 팬들이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경기장을 찾는 관중과 경기력 상승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경기장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다. 경기 중에는 남녀노소, 빈부격차 등을 떠나 모두가 동질성을 지닌다. 환호하고 아쉬워하는 감정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 느끼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다.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축제에 참여하는 것은 단조로운 삶에 변수를 주기 위함이다.
시즌 전에 김인완 감독은 80% 준비됐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경기장에서 채울 것이라고 했다. 나머지 20%는 경기장을 찾는 관중의 몫이다. 어쩌면 원과 파이(π)가 전하는 축구공의 철학일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파이의 끝나지 않는 숫자, 끝나지 않는 승부를 김인완 감독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시티즌을 응원한다. 대전에 시티즌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자 즐거움이다. 오는 4월 7일 세 번째 홈경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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