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준 중부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
성장한 자식의 분리와 독립, 어머니와의 사별로 '나 홀로 가구원'이 된 아버지를 뵈러 갈 때마다 여러 마음이 교차한다.
딸을 앞세우신 시골의 외할머니도 연로한 상태지만, 훨씬 이전부터 홀로 생활을 해오셨다. 아마도 이 시대의 자식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 아닌가 싶다.
최근 1인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며 사회적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경제·사회적이며 문화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즉, 현대화의 과정에서 불안한 경제 여파나 개인주의와 같은 사회문화적 가치관이 변화하며 1인 가구 시대는 더욱 가속하고 있다.
가구 형태의 변화는 곧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다. 한국 사회의 시대적 패러다임을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고령화로 말미암은 노인 단독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2년 전체 인구 가운데 노인 인구(65세 이상)는 11.8% 정도였지만, 오는 2026년에는 노인 인구는 전체의 20% 이상이 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또 지난해 발표된 사회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노인가구 중에 1인 가구의 비율은 68.1%에 달하며, 70대 이상 연령대가 1인 가구의 약 20%를 점하고 있다. 게다가 70대 이상 노인 1인 가구 중 83%가량이 여성이다.
물론 남녀 간 평균수명의 차이, 황혼이혼 증가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고령화의 심화현상을 접하며 우리는 근본적으로 현상의 대표적 특징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는 '비자발성'이다. 실례로 사회경제적인 불황 여파와 빈곤화가 가정경제를 압박하며 이혼과 별거 등 가족 해체를 유도하거나 청년세대의 결혼을 늦춰 독신을 유지하게끔 하는 것 등이 특징을 말해주고 있다.
1인 가구는 다인가구에 비해 사회경제적 약자 성향을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또 사회적 관계와 빈곤에도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하물며, 전통적 가족 돌봄 의식이 더욱 약화하고 있는 이 시대에 생계를 위한 기초적 근로와 사회참여 등에서도 현격한 어려움을 갖는 노인세대의 취약성은 오죽하겠는가.
그럼에도, 다인가구와 달리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적 고려는 여전히 미진한 상태며, 노인세대 여부와 상관없이 문제적 특성은 더욱 굳어지고 있다. 이는 경제적 문제를 필두로 정서적이고 정신적 문제로까지 이어져 해당가구원의 전반적인 삶의 질과 만족도에서 차이를 보이게 된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단순히 가구형태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사회적 보호와 다원화된 정책적 대응이 요원하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에 1인 가구 정책 방향은 우선 사회적 취약계층으로서 해당 가구에 집중화돼야 한다.
특히, 여성 가구이자 고령자 가구일수록 경제적 문제에 더욱 봉착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긴급 생계와 의료지원 제도 등의 대상가구 확대, 사회관계 유지 및 촉진 방안들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단독 가구원에 대한 정신보건 측면의 지원도 중요한 만큼 고독과 우울, 알코올 의존, 자살 등의 사회문제 예방과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최근 세대를 넘나들며 발생한 고독사 등의 현상에 대한 사회적 조치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고령사회 1인 가구정책에서 주거정책은 필수다. 특히, 고령과 장애의 복합으로 인해 겪는 주거불편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무장애(Barrier-free) 개념과 누구든 편안한 주택이 되도록 하는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 개념이 사회적으로 더욱 확산돼야 한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의 노인가구지원은 대부분 소득수준과 연령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긴급 상황과 가구원수, 대상자 특성 기준에 따른 맞춤형 사회지원으로 속히 대체돼야 한다. '혼자 산다는 것' 자체가 경제 문제와 고독, 소외 등과 직결된다고 단언할 수 없다. 이제는 어떻게 교류하고 어떻게 혼자 잘 살 수 있느냐가 문제다.
문득, 아버지의 오늘 저녁 밥상과 주위 친구 분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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