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 흥행 3위… 변호사는 어떻게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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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방의 선물' 흥행 3위… 변호사는 어떻게 봤을까?

미결수 주인공, 기결수들과 한방생활 못해 법률가적 입장선 엉성하지만 최고의 감동

  • 승인 2013-03-21 14:10
  • 신문게재 2013-03-22 12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 조수연 변호사
▲ 조수연 변호사
영화 '7번방의 선물'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7번방의 선물'은 개봉 53일만인 지난 16일 누적관객 수 1232만명을 기록하며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제치고 한국영화 흥행 순위 3위에 올라섰다.

개봉 9주차인 이번주에도 꾸준히 관객들이 찾고 있는 가운데 역대 한국영화 흥행 2위인 '도둑들'(1298만3334명)과 1위 '괴물'(1301만9740명)을 넘어설 수 있을지 기대된다.

누적관객 수 1232만명이면 대한민국 국민의 4분의 1이 본 셈인데, 정신지체장애인이 억울하게 범죄자가 되는 이 영화를 보며 법조인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수연 변호사(법무법인 청리 路 공동대표ㆍ사진)와 일문일답이다.

-'7번방의 선물'을 본 소감은?

▲많은 분들처럼 나도 눈물을 징징 짜며 봤지만, 변호사 입장에서는 유감스런 영화이다. 변호사를 너무 형편없이 그려놓았다. 변호사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면서 처신을 하고 있지만, 어린 아들과 딸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든 영화다.

-법률적으로 분석해본다면?

▲ 영화 7번방의 선물
▲ 영화 7번방의 선물
▲이 영화를 법률가적 시각으로 보면, 구도가 잘 짜여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엉성하다. 예컨대, 주인공은 미결수인데 기결수 방에 넣어 놓았다. 실제로는 서로 엄격히 분리되어 있다. 또한 미결수는 노역을 하지 않는데, 주인공을 공 만드는 작업장에 출역 나가는 것으로 설정해 놓았다. 판사도 덩달아 '아는 것 없이' 그려 놓았다. 사건을 하급심에 '파기 환송'을 하면 유죄인지 무죄인지 실체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데도 파기환송을 한다면서 자기가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재심이기 때문에 파기환송이란 용어 자체가 나오면 안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울면서 영화를 봤다.

▲솔직히, 이런 지적은 나 같은 사람만 알 수 있는 사족 같은 것이고, 이런 티눈들이 눈에 전혀 안들어 올 정도로 슬퍼도 너무 슬픈 영화다.

하필이면 경찰청장의 딸이 뛰어가다가 얼음길에 미끄러져 하늘나라로 갔다. 그 뒤를 주인공인 정신지체장애인 용구가 따라 갔다가 억울하게 성폭력 살인범으로 몰렸다. 경찰은 청장의 눈치를 보느라 주인공이 덜떨어진 것을 이용하여 살인범으로 사건 조작을 했는데, 이것을 검사도 거르지 못했고, 3심까지 가는 동안 판사들도 밝혀내지 못했다. 조작한 경찰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검사와 판사들도 다 맹인에 귀머거리였다.

-같은 변호사로서 영화 속 변호사의 모습은 어떻게 봤나?

▲가장 최악이 변호사였다. 탐욕스런 인상에 무성의한 변론이 더해져 사형이란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으면서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한마디로 더럽게 그려 놓았다. 주인공은 형장의 이슬이 되었다. 그 재판과정에서 보여주는 주인공과 그의 딸 예승이가 보여주는 부녀사랑에 한참을 울었다. 관객 모두가 울었다.

-법조인이기 전에 한 집안의 가장이자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온 가족과 같이 영화를 봤는데, 관람을 마치고 초등학생 딸에게 물었다. “영화에서는 딸을 위해 주인공이 목숨을 버리는데, 아빠도 그럴 수 있는 거 알지?”, “아뇨. 더 현명한 방법이 있는데 왜 죽어요?”, “아니. 아빠 사랑이 그렇게 깊다고.”, “알았어요. 근데 아빠는 그 아저씨처럼 변호하는 것은 아니죠?” 딸은 영화 속 변호사에 분노하고 있었다. 허참! 부끄럽다. 그런 엉터리 변호사가 되지 않겠다고, 눈물 흘려 충혈된 눈으로 몇 차례 다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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