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닫혀버린 지갑은 좀체 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6명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소비를 줄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식료품비나 주거비 등 생계형 소비는 늘었지만, 외식비 등 문화형 소비는 줄었다. 향후 소비계획에 대해서도 지출을 줄이겠다는 소비자가 35%에 달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서울과 대전 등 7개 대도시에 거주하는 500가구를 대상으로 '최근 소비 애로요인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올해 소비지출 규모에 대한 질문에 '지난해보다 줄였다'는 응답이 57.0%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늘렸다'는 응답은 12.0%에 불과했고 '비슷하다'는 응답은 31.0%였다.
소비를 줄인 이유로는 46.0%가 '물가불안'을 꼽았고, '경기침체' 27.7%, '가계소득 감소' 18.2%, '집값 하락ㆍ전세금 상승' 5.6%, '가계부채 증가' 1.8% 등의 순이었다.
소비 항목별로는 외식비 등 문화형 소비는 줄고, 식료품비나 주거비 등 생계형 소비는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지출을 줄인 항목은 '외식ㆍ숙박비'가 30.6%로 가장 많았고, '오락ㆍ문화비' 24.1%, '의류비' 15.8%, '가사 제품' 8.2% 등의 순으로 감소했다.
지출을 늘린 항목은 '식료품비'가 32.7%로 가장 높았고, '주거비' 21.9%, '교육비' 10.2%, '교통비' 9.7%, '통신비' 8.6% 등을 차례로 꼽았다.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생황에 필수적인 제출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최소한의 지출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씀씀이를 줄이는 소비행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소비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줄일 것'이라는 응답이 35.0%에 달했고, '늘릴 것'이라는 응답은 22.8%에 그쳤다. '현상 유지'는 42.2%로 나타났다.
지출을 줄일 항목으로는 '외식ㆍ숙박비'가 29.3%로 가장 많았고, '오락ㆍ문화비' 22.4%, '의류비' 12.8%, '식료품비' 9.8%, '통신비' 7.8%, '가사 제품' 3.9%, '교통비' 3.3%, '술ㆍ담배' 3.0%, '의료비' 0.7%, '기타' 0.2% 등의 순이었다.
한편 소비자들의 가계 소득은 지난해보다 다소 늘었지만 가계 부채 역시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한 가계 소득 수준에 대해 '늘었다'는 응답은 35.0%로 '줄었다'는 응답 28.8% 보다 많았다. 하지만 '가계 부채가 증가했다'는 응답도 38.0%로 '감소했다'는 응답 24.8% 보다 웃돌았다.
가계 부채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서는 42.6%가 '생활자금 충당'을 꼽아 생계형 부채가 증가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어 '전ㆍ월세 자금 충당' 16.3%, '주택구입' 15.8%, '사업자금 마련' 8.9% 등이었다.
소비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대책으로는 46.6%가 '물가안정 지속'을 택했고, '경기회복' 32.0%, '일자리 확대' 8.2%, '부동산 시장 안정' 5.8%, '금리 안정' 3.0%, '감세 등 세제지원' 2.4%, '정부 재정지출 확대' 1.8% 등을 답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물가가 지표상으로는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농산물이나 전세가격, 공공요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여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수준은 높다”며 “물가상승이 소비축소의 요인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세계경제 불안과 엔저 현상으로 수출마저 힘들어지는데다가 민간소비까지 위축돼 새 정부는 농수산물 가격, 전세가격, 공공서비스요금 등 서민 생활과 관련된 물가 안정에 힘쓰는 것은 물론 과감한 경기부양, 일자리 창출 등 민간 소비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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