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島 |
그러나 수묵화에서는 흑백이 상생하는 원리로 이루어져야 제대로 된 화면이 운용된다고 한다.
농과 담을 넘어서 여백의 의미가 있어야 그림의 눈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수묵화의 대가로 알려진 남강(南崗) 이재호 한남대 교수의 60년 인생을 알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다음 달 4일부터 10일까지 중구 대흥동 현대갤러리에서 열리는 '남강 이재호 23회 개인전'에서는 화려한 듯하면서도 은은한 멋이 담긴 수묵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자연만큼 변화가 많고 심오한 것이 없어 자연을 벗 삼아 힘이 다할 때까지 그림을 그리는 작가 이재호는 자연의 모습을 작품 속에 담고 있다.
▲蓮 |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작품이 말해주듯 시점을 멀리 두고 바라보며 구도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 교수의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색면의 사용, 배, 잠자리, 점경인물을 의도적으로 그림의 눈으로 나타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흑백의 대비 속 자연스레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 소도를 비롯해 중추 등은 강한 먹을 깔아 감춤으로 시선을 차단하고 이어지는 화면 너머로 여백이 드러나 감상자의 시선을 유도한다. 또한, 정시리즈 1ㆍ2ㆍ3은 흑과 백의 화면이 교차하며 바닷가 그림자의 고요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작품들을 서로를 위해 흑백이 존재하는 상생의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꽃2 |
농묵과 옅은 담묵으로 그려진 연잎파리 사이로 하얀 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으며 파란 연잎으로 그리지 않아 오히려 더 초연한 느낌을 전달한다.
연의 속성은 진흙 속에 자라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고고한 자태를 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의미에서 이 교수의 작품 소재로 많이 담겼다.
특히 먹이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특성을 공기의 흐름과 함께 운용해 적막감을 유도함은 물로 강한 채색 대신 옅은 담색이 주조를 이루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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