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학점은 기본이고 하늘을 찌르는 토익 점수 등 이른바 '스펙'을 갖춘 이들은 각 기업체의 입도선매 1순위였다.
교수가 인재를 천거할 때의 보증수표인 이른바 '추천서'도 수석 졸업생에게 우선 돌아갔다. 때문에 당시 수석 졸업생들은 국내 유수의 기업에 들어가 성공 가도를 달리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의 졸업 후 행선지도 다변화되고 있다. 본보가 대전 주요 대학 수석 졸업생의 진로를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공무원 등이 되려고 '내공'을 더 쌓는가 하면 일반적인 직장 취직을 포기하고 자신의 신념에 따른 길을 걷기도 한다.
A대 수석 졸업자인 B씨는 졸업 학점이 4.5 만점에 4.5를 받았다.
B씨는 교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임용고사를 준비 중이다.
졸업학점 4.48을 자랑하는 C대 졸업 수석 D씨는 진로선택 기준을 자신의 신념으로 잡았다.
일반 기업 취업을 포기하고 신앙인이 되려고 대전 모 교회 교육전도사로 활동 중이다. E대 수석 졸업자 F씨도 현재 취업 준비 중이다.
물론 전공을 살려 졸업 후 바로 직장인이 된 사례도 있다.
G대 수석 졸업생 H씨는 임용고시에 합격, 대전 모 고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I대 간호계열 학과를 수석 졸업한 J씨는 서울 모 병원에 당당히 합격, '백의의 천사'가 됐다.
이같은 수석 졸업생의 진로 다변화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취업관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2000년 이후 취업포털이나 정부기관에서 실시한 대학생 선호직업 조사에서는 대부분 공무원과 교사 등이 줄곧 1위에 올라 이런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생 희망직업 순위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 정도다.
대전 모 대학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석졸업생을 각 기업에서 앞다퉈 데려가려고 했을 정도였다”며 “하지만, 경제사정이 안 좋다 보니 대학생들이 언제 퇴사할지 모르는 기업보다는 공무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는 '소신파'도 있어 수석 졸업생의 진로에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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