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완석 복음신학대학원대 문화예술치료학과 교수 |
그런 의미에서 외국의 한 사례를 제시해본다. 독일의 베를린 남쪽 시내 중심가 포츠담 템펠호프에 생태적이며 대안적인 삶을 꿈꾸는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우파 파브릭'이란 마을이 있다. 국내에는 대안공동체, 생태마을, 등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우파 파브릭은 생태공동체 등의 이전에 예술가들에 의해 운영되는 예술가 공동체의 터전이다. 이 공동체는 2차대전 이후 약 30년 가까이 버려져 냉전체제의 주요한 상징이 된 우니베르줌영화사의 촬영소를 고쳐 1979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베를린시는 이 공간에서 레지던스로서 거주하는 예술가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삶을 변화시켜라'라는 그들의 선언을 수용하면서 '우파의 두 번째 삶'을 요구했다. 이로써 '우파 파블릭'은 유럽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삶과 노동의 프로젝트 '베를린 우파 파브릭 국제 문화센터'를 탄생시키게 했다. 사람들은 우파 파브릭을 '도심 속의 오아시스'라고 부른다.
단순히 그들이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기보다는 그들이 도시의 미래를 걱정하고 대안적인 삶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보기 드문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우파 파브릭에는 연간 20만~30만 명이 다녀간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방문객은 그곳에서 단기적인 체류를 하면서 대안적인 삶을 배우기 위한 워크숍에 참여하거나 공연 및 다양한 문화행사에 참석해 우파 파브릭의 운영철학을 배우고 새로운 삶의 공동체적 가능성을 확인한다.
우파 파브릭에는 지난 30년간 생활문화프로그램부터 예술가 협업까지 다양한 조직들이 결성됐다. 공동체자립센터, 자유학교, 삼바학교 테라 브라질 등이다. 이와 같은 조직의 구성형태는 공동체가 추구하는 삶의 철학을 확인해 볼 수가 있다. 공동체 자립센터는 이웃을 대상으로 문화뿐만 아니라 사회, 건강, 가정문제에 대해서도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가족 지원 서비스, 탁아소와 학교 등을 진행하며, 지역 커뮤니티와 타지역 문화들 까지도 수용하기 위해 정기적인 마켓과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유아에서부터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에게 동양의 무예를 가르치거나 스포츠, 명상 등의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전문예술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아닌, 각자의 삶을 더 풍요롭게 이해하고 수행하기 위한 생활문화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더불어 이곳에는 예술가들이 요구하는 창작공간, 연습실 및 부대시설들이 갖춰져 있고 공연기획자, 안무가 미술가 등의 협업을 위한 전문 스태프들이 상주하고 있다. 미래예술의 번영을 위한 투자개념으로 그들의 재능을 기부함으로써 모든 프로그램에 원활한 협력을 이루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대전시의 문화행정은 어떠한가. 시정을 살펴보면 너무나 경제적 관념에 사로잡힌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엑스포타운 만해도 그렇다. 늘상 만년 적자라는 이유로 유실된 공간에 대한 대안으로서 대기업의 상권유치, 문화산업이라는 경제적 가치에 초점을 맞춰 각종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등 선진국의 이상보다는 개발도상국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발상으로 일관된 듯하다. 인식의 전환이 정말 필요한 것 같다. 물론 서민경제에 우선해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도 있지만 한 번쯤 경제적 논리가 아닌 문화적 논리로 대범한 문화 프로젝트를 세워봄은 어떠할까 싶다. 지금 지역 내 거주하는 많은 에술인들이나 대전에 속한 모든 대학에서 예술가의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은 대부분 탈대전을 모색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시 담당자들은 하드웨어적인 문화공간의 설립만을 내세우며 변명에 급급하지만 말고 한 번쯤 선진 외국의 총체적인 문화사례를 참고해보면 어떠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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