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중 지방부장(부국장) |
층간소음 문제가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층간 소음은 63%가 사용하고 있는 아파트 주민 갈등의 가장 큰 이유다. 이제는 다툼을 넘어서 섬뜩하기까지 한 게 사실이다. 보통은 이쪽은 눈치 보고 저쪽은 꾹 참는 것으로 끝나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앙갚음 사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말다툼 끝에 흉기로 이웃을 찌르거나, 불을 지르는 사건까지 잦아지고 있는 추세다. '어떻게 그렇게 끔찍한 일을…' 하는 말도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분노가 쌓였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극에 달했다는 생각이다.
며칠 전 동네 이웃을 만났다. 두 자녀를 둔 그 이웃은 층간소음이 걱정스러워 요즘엔 저녁 8시만 되면 아이들을 일찍 재운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집은 문제의 사건 발생 이후 아예 집을 부동산에 내놓고 1층으로 이사갈 결심을 굳혔다.
또 다른 젊은 부부도 고민이 많다. 지난해 아래층 세입자가 바뀌었는지 종종 항의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가 한번씩 심하게 울어 부모 입장에서도 진땀을 빼고 있는데 경비실을 통해 신고가 들어올 때면 정말 난감했고 화도 났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애가 우는 것인데, 참아줄 수는 없는 것인지….'
한 젊은 부부는 정기적으로 아래층 주인을 찾는다. 물론 갈 때는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 조그만 정성으로 준비한 선물을 가지고 간다. 그리고 아이들이 때문에 나는 소음문제를 이해해 달라고 부탁한다. 다행히 소음문제에 대해 이해심이 많은 이웃을 만나 큰 문제는 없이 살아가고 있다.
아파트에 사는 젊은 부부들의 애환이다. 때론 어떻게 해야 할지 죄인이된 심정이다. 대부분 소음의 주범은 아이들의 노는 소리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의 분석 결과, 소음 민원의 73%가 아이들이 뛰거나 쿵쾅거리며 걷는 소리였다. 개 짖는 소리, 세탁기 청소기 소리, 화장실 물소리, 가구 끄는 소리, 악기 소리 등이 그 다음이다. 그래서 일부 건설업체들은 단지 내에 키즈&맘 카페, 놀이방 등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정부는 층간 소음 기준치를 주간 40dB(데시벨), 야간 35dB로 낮춰 이달부터 적용했다. 아파트 바닥은 두께가 210mm 이상 되도록 하고, 복잡한 기술기준도 만들었다. 새로 짓는 아파트는 이를 지켜야 한다. 문제는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다. 소리를 차단하는 차음제(遮音製) 보강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서로 조심하고 자제하는 수밖에 없다. 대부분 갈등의 시작은 소음이지만 걷잡을 수 없이 문제를 키우는 것은 '내 말을 무시한다'는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됐을 때다. 양쪽 모두 딴사람이 돼버린다. 이 때문에 관리사무소나 전문기관 등 3자의 중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전시는 지난해 9월 전문가 초청 설명회를 여는 한편, 이어 지난 6일 이를 위한 각 단지별 분쟁조정위 설치운영을 핵심으로 한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을 개정했다. 이를 원활히 운영하기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는 한편, 이웃과 인사하기 캠페인도 전개 중이다.
서울시도 지난 13일 '층간 소음 분쟁해결 7대 대책'을 마련했지만 내용은 주민협약 제정, 주민조정위원회 구성, 전담팀과 전문컨설팅단 운영, 예방교육 등 구조 변경이 아니라 거의 갈등 해결 쪽에 무게가 있다. 다른 지자체들의 대책도 엇비슷하다. 이 같은 법적·제도적 뒷받침에도 불구하고, 시민의식 전환과 가구 내 스스로 노력 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 때문에 아파트 공동체 문화 활성화를 전제로 이웃을 위한 작은 배려가 자리잡아야한다. 또한 역지사지로 조금씩 양보하는 것만이 층간 갈등을 완화시키는 지름길이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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