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경태 대전이문고 교사 |
사실 예정된 연수이기는 했으나 연수 바로 전에 일본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독도의 날' 행사를 열어 양국 간의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해 다소 걱정도 했다.
일본은 이렇듯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다. 그런데 일본의 어느 학교 어느 기관을 방문해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모두가 친절하고 한결 같이 환경이 깨끗하며 정리정돈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느 거리든 휴지 하나 담배꽁초 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방문객을 대하는 일본 학생들과 교사들의 밝게 인사하는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를 고사리 손으로 한글로 써 놓기도, 우리 방문객을 위해 탁자에 무궁화 꽃을 꽃꽂이 해 놓기도 하고, 태극기를 준비해 양국의 우호에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기관이든지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점도 본받을 일이라 생각했다.
일본교육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기초기본에 충실하고 실용적이라고 하는 점이다. 여기에서 노벨상을 18명씩이나 배출한 저력이 생긴 것은 아닌가? 초등학교에서의 사과깎기 수업과 주산 수업, 중학교 학생들이 졸업전시회를 하기 위해 공동으로 작품을 만드는 광경 등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No Chime Day'(수업종 안 울리는 날)를 지정해 스스로 시간 관념을 세워서 생각하고 시간을 엄수하는 습관을 갖게 함으로써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학생을 양성하는가 하면, 바람직한 직업관을 배양하기 위한 3~4일간의 직장체험학습을 운영해 실질적인 진로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또, 교사는 안내자가 되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중심, 배움 중심 교육이 시스템으로 정착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일본 교육이 요즈음 우리나라 교육계의 화두인 창의·인성교육이 특별히 잘 프로그램화 되었다든지 시설 면에서 우리보다 크게 앞서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한 학교에서는 단초점 빔 프로젝트 시설을 선진화 교구재로 우리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단초점 빔 프로젝트보다 더 사양이 앞서는 전자칠판을 쓰고 있지 않던가?
선진국 일본 방문을 통해 우리 교육의 선진화와 발전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하나의 큰 소득이었다. 교과교실제와 창의경영학교 운영 등을 통해 시설이나 프로그램 면에서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그런데도 우리의 교육이 선진국들에 비해 무엇인가 1%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좋은 시설과 좋은 프로그램이 좀 더 내실 있게 배움 중심 명품수업으로 정착시키는 문제가 하나의 숙제라 할 수 있다.
교사는 가르치는 전문가에서 배우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일본의 교육학자 사토 마나부는 21세기 학교를 '배움의 공동체'로 정의했다. 학교는 학생들만이 배우는 곳이 아니라 교사들도 동료와 함께 배우면서 전문가로 거듭나고 지역주민, 학부모 나아가서는 교육행정가와 함께 배우면서 서로 성장하는 장소로 재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는 교사가 되고 나서 '현직 교육'에 의해 성장하고 교육 현장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교사가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 교육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창의·인성교육, 진로교육, 학생맞춤형교육, 지역사회연계 교육 등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기초기본이 충실하게 실현해야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