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사법부를 비추는 빛, 국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장동혁]사법부를 비추는 빛, 국민

[시사 에세이]장동혁 대전지법 판사

  • 승인 2013-03-18 17:49
  • 신문게재 2013-03-19 20면
  • 장동혁 대전지법 판사장동혁 대전지법 판사
▲ 장동혁 대전지법 판사
▲ 장동혁 대전지법 판사
법원에 들어온 지 올해로 꼭 10년째다. 강산이 변한 것 못지않게 법원도 정말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신문이나 텔레비전 화면에서 법원장이나 판사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법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재판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원한다면 재판 과정이나 사법행정 과정에 직접 참여해서 사법행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판사가 재판을 어떻게 하고 어떤 고민을 하며 판사의 고충이 무엇인지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열려있다. 이 모든 것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자 하는 사법부의 노력들이 쌓인 결과다.

재판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혹시라도 오래 전에 재판을 받았거나 재판을 방청할 기회가 있었던 분이라면 지금 다시 법정을 방청해 볼 것을 권해드리고 싶다. 아마도 재판이 달라진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만 달라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러한 노력들이 쌓여 과연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아졌을까? 물론 재판이란 것이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패자로부터 신뢰를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친절하게 당사자의 이야기를 다 들어준다 하더라도 패소한 당사자는 선뜻 법원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법정에서 친절하게 대하면 자신이 승소할 것으로 생각했다가 판결 결과가 반대로 나오면 온갖 상상과 의심을 하는 당사자들을 자주 만난다.

또한 재판은 대부분 꽁꽁 숨겨둔 사실을 밝히는 과정이고 판사로서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모든 것을 의심해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질문 내용에 따라서는 당사자가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민참여재판이나 모니터, 자원봉사 등 여러 방식으로 재판이나 사법행정에 직접 참여했던 분들의 법원에 대한 신뢰는 그렇지 않은 분들에 비해 확실히 높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게 힘겹게 쌓은 신뢰도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 같은 영화 한편, 막말 판사에 대한 기사 한 줄이면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만다. 영화나 기사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면 오히려 비난의 강도만 높아진다. 더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은 법원을 찾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영화나 뉴스에 비춰지는 모습을 실제 법원의 모습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사법부는 이 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만큼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고 판사들에게 들이대는 윤리적 잣대가 엄격하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제도나 조직 중에서 완벽한 것이 있을까? 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판사라고 해서 항상 완벽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사법부가 잘못을 하더라도 그럴 수 있는 것이니 그냥 넘어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언론에 비춰지는 모습이 전부인 것처럼 일반화되고 그로 인해 사법부 전체에 대한 신뢰가 한 순간에 땅에 떨어지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재판의 생명은 신뢰와 권위다.

사법부가 마지막 보루라는 말을 뒤집으면 사법부가 신뢰와 권위를 잃게 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되돌아온다는 말과 같다.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분명 사법부에도 어두운 곳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밝은 곳이 훨씬 더 많다고 믿는다. 어두운 곳이 전혀 없기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판사들은 비록 자존심이 부러지는 경우가 있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두운 곳이 사라지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당연히 높아질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들이 보내주는 신뢰와 권위가 사법부의 어두운 곳을 비추는 빛이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