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대규모 부동산개발 추진에 대한 검토는 신중해야한다.
국내 대부분의 개발사업은 이를 주도하는 기관이나 업체의 수익성에 우선을 두어 추진되는 경향이 많다. 부동산개발 추진에 대한 결정은 주민들의 의견보다는 공공기관과 기업 등 시행자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 선진국가의 경우 대규모 부동산개발 계획이전에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개발로 인한 부작용은 물론 중장기적인 영향과 효과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필자가 이전에 타 신문 칼럼을 통해 소개한 바 있는 미국 소도시 지역 개발사업 결정과정에 대한 내용을 다시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한 소도시에 조그만 이슬람사원이 있었다. 주변 지역을 매입하여 기존규모보다 5배 이상의 거대한 이슬람 사원과 부대시설을 건설하겠다는 제안서가 시에 접수되었다. 그 제안서에 따르면 개발이 완료되는 경우, 이 도시와 주변 지역에 신규 인구 유입으로 인한 조세수입 증가는 물론이고, 큰 행사를 자주 유치할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제안을 놓고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개발계획 허가에 대한 검토가 시작되었다. 동시에 시 당국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해 찬반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틀간 진행되었던 공청회에서 많은 주민들과 단체들의 의견이 제시되었고 모든 토론과 의견 수렴 장면이 지역 TV에 생방송으로 방영되었다. 형식적이 아닌 토론자와 지역주민들의 진솔한 의견을 모았으며 시당국에서는 지역경제 발전보다는 시민들이 우려하는 부동산가격 상승이나 외부사람들의 유입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환경변화의 우려 등 부정적인 영향에 손을 들어 결국 개발계획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의 개발사업 사례는 우리가 처해있는 경제 사회 문화와 환경 여건이 다르고 사업 성격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분명히 다른 관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대규모 부동산개발에 대해 사전에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되어 정책에 반영되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국내법으로도 주요한 정책결정에 있어 공청회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 절차는 사업진행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로 취급하고 있다. 이번 부도사태가 발생한 용산지구 개발사업은 비록 절반 이상의 주민 동의를 얻었다고 하지만, 사업계획이 확정된 이후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국내 상당한 대규모 부동산개발사업 계획은 과장된 수요예측 등을 통해 부풀리는 경제 효과를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개발사업의 리스크나 지역사회와 경제적으로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부풀려진 개발 기대감으로지역주민들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지역들이 지자체 나름대로 대규모 부동산개발사업을 계획하거나 진행하고 있다. 현재 대전지역에도 관저지구의 복합유통엔터테인먼트 시설, 엑스포의 복합테마파크 등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나마 대전시는 계획발표 이후에 사후적으로 토론회를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추진 방향에 반영하고 있어 다행이다.
대규모 부동산개발은 지역경기를 살리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지역경기 회복을 위해서 필요한 면도 있다. 대규모 개발 계획 단계에서부터 긍정적,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전에 지역 전문가들과 주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가 요구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개발사업 추진 가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개발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절차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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