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쳐 반항 안했어도 '강간죄 성립'

대전지법, 女동호회원 성폭행ㆍ협박편지 쓴 남성에 징역4년 직장동료 집근처서 몸쓸짓, 남편알까 두려워 신고도 못해

범행 당시 반항하지 않았고, 신고하지도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자발적인 성관계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사건은 이렇다.

2012년 3월 A씨는 동호회 임원들과의 모임에서 주부인 김모씨를 만났다. 모임 후 A씨는 회원 몇몇과 대리운전을 이용해 아산의 모 아파트에 도착, 회원들과 헤어진 후 김씨에게 '잠깐 얘기 좀 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거절당하자, 김씨의 가방 줄이 끊어질 정도로 잡아당기면서 김씨를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포대에 넘어뜨린 후 강제로 옷을 벗기고 강간했다.

그러나 김씨는 벗어나고 싶었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강간 장소는 자신의 직장 동료와 자신의 아이와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다니는 친구들이 사는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또 A씨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고, 동호회 회원이라 소문이 날까봐 남편은 물론, 경찰에도 신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A씨가 만남을 요구하며 협박 편지를 보내면서 달라졌다.

A씨는 김씨와 만남을 요구하며, '목요일 밤에 정사라, 지켜보는데 짜릿했습니다' 등 A4 용지 분량의 협박 편지를 퀵서비스로 보냈다. 결국, 김씨는 정신적 고통을 참을 수 없어 경찰에 신고했다.

그럼에도, A씨는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고 사귀는 사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우선, 가방끈이 끊어질 정도로 위력을 행사했고, 사귀는 사이임에도 4개월 동안 전화통화 내역이 각각 1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장은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고 청결하지 않은데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부인 김씨가 이곳에서 자발적으로 성관계에 응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결론이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안병욱)는 17일 A씨를 강간, 협박 등의 죄로 징역 4년, 정보공개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협박에다, 잘못을 인정해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피해자와 사귀는 사이였다며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특히,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며 연락을 취하는 등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괴롭혀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