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집중취재] “시끄러워 못살겠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결방안 없나

[이슈 집중취재] “시끄러워 못살겠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결방안 없나

국민 42%가 층간소음 스트레스 공동주택 거주자 10명중 5명 이웃집 항의에 이사까지 고려

  • 승인 2013-03-17 15:37
  • 신문게재 2013-03-18 3면
  • 백운석·이희택 기자백운석·이희택 기자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결방안 없나…

최근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는 층간소음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 민원을 넘어 극단적인 살인 등으로 이어지면서 층간소음 문제는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자치단체는 이웃간 이어지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묘안짜내기에 나서고 있지만, 뾰쪽한 대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본보는 전국적인 공동주택 층간 소음 실태와 국민들의 인식 등을 살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편집자 주>


▲층간소음이란=아파트 혹은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하는 소음공해를 말한다. 주로 바닥충격음, 피아노소리, 대화소리, TV소리 등을 총칭하며 바닥충격음(58dB 이하)과 중량충격음(50dB 이하)으로 분류된다. 층간소음은 다수의 세대가 한 겹의 벽과 바닥을 두고 생활하는 공동주택이 일반화되면서 이웃간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층간소음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나?=한국갤럽은 지난달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234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 방식으로 국민들의 층간소음 인식을 분석했다. 참가자 중 75%가 아파트 및 주상복합(57%), 연립 및 다세대주택(15%)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어, 층간소음에 노출될 개연성을 갖췄다.

지역별 공동주택 거주 비율은 서울과 인천, 경기가 82% 이상으로 가장 높았고, 부산ㆍ울산ㆍ경남(73%)과 강원(72%)이 뒤를 이었다. 대전ㆍ충남북ㆍ세종은 63%로 다소 낮았다. 연령별로는 30대가 90%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고, 19~29세(80%)와 40대(79%)가 높았다. 현재 살고있는 집의 층간 소음문제에 대해서는 공동주택 거주자의 42%가 심각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 같은 문제를 느껴 항의와 이사 고려 등 행동전에 나선 이들도 적잖았다. 공동주택 거주자 10명 중 3명은 이웃집 항의에 나섰고, 2명은 이사까지 고려했다. 이 같은 경험한 이들은 층간 소음 제거를 위해 1000만원까지 지불할 용의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주택 거주자 중 60% 이상이 이 같은 선택의지를 보였다.

▲내재된 층간소음 문제, 극단적 선택까지 이어져=한국갤럽의 조사는 우리 사회에 내재된 층간 소음 문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단순 항의와 민원으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심각한 문제는 바로 살인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사례도 적잖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11일 대전 대덕구 대화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A(56)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B(45)씨를 흉기로 찌르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부산에서도 50대 남성이 윗집 이웃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마산에서는 두 가족간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대전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30대 남성이 이웃 주민을 때려 벌금형을 받았고, 창원에서는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2010년 대구에서도 살인 사건이 빚어졌다.

▲오래된 공동주택이 문제=경량충격음 및 중량충격음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시행(2004.4.23, 2005.7.1)이후 사업계획승인 신청을 한 건물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 그런 만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시행 이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의 경우 층간소음이 더 심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현재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간 시비가 되고 있는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대부분은 2004년 4월 23일 이전 사업계획승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오래된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의 층간소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가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또하나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제재방안없어 지자체 골머리=층간 소음이 살인 사건을 부르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해당 지자체 민원으로 접수된다. 대전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층간 소음 접수 민원만 172건에 달한다. 환경부가 지난해 9월부터 수도권 대상으로 분쟁 조정센터를 시범 운영한 결과, 4개월간 2700여건의 민원을 받았다. 광역시와 도 단위간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통상 분쟁조정건은 연간 10여건, 전화 및 방문 민원은 100여건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민원을 해결할 뚜렷한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데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최근 충남에서 살인 등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민원이 끊이지않고 있어 잠재성은 충분히 있다”며 “가장 안타까운 건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제도가 아직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광주시에서는 주민 100명이 건축주에게 건물 보수 및 정신적 피해보상금 9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 대응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기각이나 당사자간 합의로 끝나 합리적인 처리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해 시범 운영한 이웃사이센터(전화 1661-2642)가 현장진단 신청을 받은 1829건 중 728건을 해결하는 등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지만, 올해 예산부족으로 수도권에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과 대전은 자체 직원 1~2명을 빼내 이웃사이센터를 운영하는 등 인력과 전문성에서 한계를 맞고 있다. 이를 제외한 상당수 지자체는 해당 구와 읍면동을 통해 홍보 정도에 나서는 등 소극적 대응에 머물고 있다.

대전시는 이번 주 중 층간소음 대책을 마련,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주택정책과와 환경정책과 공동으로 층간 소음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공동주택 자치관리규약 개정을 전제로, 개정 효과를 극대화할 수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운석ㆍ이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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