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병원 건립을 통해 취약계층 의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생각에는 공감이 간다. 수익성보다 공공성을 중시해야 하는 시립병원 특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엄청난 설립 비용을 고려할 때 자칫 '혈세 먹는 하마'를 또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최첨단 의료기기와 각 분야 최고의 전문의들이 모여 경쟁을 펼치는 곳이 바로 오늘날의 종합병원이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전문의들로 의료진을 구성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질 좋은 의료서비스는 바로 고액 연봉의 의료진과 최첨단 의료기기를 갖춘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이 같은 의료 환경을 갖춘 시립병원을 운영하려면 대전시의 막대한 예산이 지원돼야 하며 이를 매년 시민의 혈세로 감당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모험이 될 수도 있다. 최근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의 부채누적 및 적자운영 등을 이유로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어디 진주의료원만 적자운영 중이겠는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2년 지방의료원 운영진단 결과'에 따르면 2011년도 기준으로 전국 34곳 의료원 가운데 27곳이 적자 경영을 했으며 흑자 의료원 7곳 가운데 순수 의료수익에 의한 흑자경영은 김천의료원 단 1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내 의료원 4곳 가운데 3곳도 적자운영 중이다. 자치단체가 설립·운영 중인 병원들의 경쟁력 한계를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자치단체장 선거가 불과 1년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시립병원 건립 움직임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자리를 만들려는 의도'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없지 않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일 뿐이겠지만 얼마 남지 않은 임기에 위험부담이 많은 행정을 꼭 펼쳐야 하는지는 되짚어볼 일이다. 의료비 보전을 통해 질 높은 의료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선택진료를 지원해주는 방안에 대한 대전시의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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