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토크]오늘 집밥 어떠세요?

  • 오피니언
  • 문화칼럼

[문화토크]오늘 집밥 어떠세요?

  • 승인 2013-03-17 11:42
  • 신문게재 2013-03-18 21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밥 한 번 먹어요 사실 조금은 보고 싶어요
―파스칼 '밥 한 번 먹어요'?
김치찌개라도 좋아 된장찌개라도 좋아 밥 밥 밥 한 번 먹자
―채환 '밥 한 번 먹자'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통영의 야심작 '이순신 밥상'은 먹어보기도 전에 사라졌다. 아산, 여수와 원조 3파전을 마다 않더니 1년을 못 버티고 폐점했다. 이순신 프로젝트 선점 욕심, 소박함만 강조하지 않고 수군통제사 영향을 받은 통영음식의 화려함까지 섞었으면 저리 쉽게 주저앉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산 '추사밥상'도 깊이 참고할 일이다.

향토밥상은 그 지역 역사를 대변한다. 인천의 밥상이 개항의 역사라면 대전의 밥상은 철도 부설의 역사가 묻어 있다. 한 집의 밥상도 그러한데, 그것이 점점 사라지면서 살가운 가족애도 사라져간다. 대한민국 가족 72%는 밥상머리 대화가 부족하다.(동화약품, 한국갤럽) 군자는 부엌을 멀리한다는 맹자의 '군자원포주(君子遠疱廚)' 이데올로기는 소 도살 장면을 목격하지 않는다는 전후맥락 다 떼고 남자 주방 출입금지의 허울만 살아남았다.

가족의 다른 말 '식구'는 그럼 안녕한가. 물론 아니다. 밥을 함께 먹는 사람이라기에는 무색하다. 먹는 것도 일이라 식사(食事)지만 아주 일이 될 지경이다. 교육부가 만든 밥상머리 매뉴얼에 '1주일 2번 이상 함께 식사하기'가 있을 정도다. 갑골문자 '食(식)'은 밥 담긴 그릇에 뚜껑 얹은 형상이다. '부(富)', '귀(貴)'가 새겨진 밥그릇 '복개'를 열면 따끈한 김이 피던 그 친밀한 미감(味感)이 그립다.

그 그리운 밥심으로 인생길을 간다. 연애할 때도 밥은 베이스다. '엘비라 마디간'의 식스틴과 엘비라. 그들에게 가장 서정적으로 아름다운 불륜도 끝내 밥을 먹여주지는 못했다. 미감은 또한 사교적인 감각이다. 식사 중 거절하기 힘든 심리를 활용한 점심 기법이 '런천 테크닉'이다. 아쉬우면 칼국수라도 사야 한다. 세상이 '기브 앤 테이크'여서라기보다 우리 뇌가 간사해서다. 브런치(아점)든 던치(점심과 저녁 중간) 개념이든 상관없다. 맛난 음식을 기분 좋게 나눠먹은 상대는 호감으로 기억된다.

또한 먹고사는 방식이 법을 만들고 문화를 꽃피운다. 4대악으로 규정된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 야만적 질서의 해법도 소중한 집밥에서 찾으면 어떨까? 빵 먹는 사람들 사정은 어떤지 했더니, 『가족식사의 힘』을 쓴 미리엄 와이스타인은 부부와 자녀의 미래까지 너끈히 바꿀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런가 하면 과도한 설탕이 싸움꾼을 키운다는 연구도 있다. 나트륨이 식빵 2쪽에 66~460㎎, 쌀밥 1공기에는 6㎎이 들어 있다. 집밥은 아무래도 나트륨과 당분, 지방의 과잉을 막는다. 보릿고개 세대가 배춧국에 나물 먹고 자라 똑똑한지는 모르겠다. 여하간 먹고사는 방식대로 문화가 결정된다는 의미에서 국가 차원의 '집밥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말 나온 김에, 이 프로젝트를 지난주부터 막내에게 써먹기로 했다. 군대밥 맛있다는 너스레는 완전 무시하고 대전~서울(수도방위사령부) 간 집밥 공수작전을 개시했다. 수도 서울의 방패에겐 군기 못지않게 '집'과 '밥'의 기억을 묻힌 집밥의 사기도 필요하다는 명분이다. 새싹으로 썩썩 비빈 비빔밥, 쑥국과 냉이국의 향긋한 봄내음을 별일 아닌 듯이 계속 실어나를 작정이다. 서울이 안전해야 대전도 세종도 충청도도 안전하다. 앞뒤 뒤집어 말해도 당연히 맞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