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밥 한 번 먹어요'?
김치찌개라도 좋아 된장찌개라도 좋아 밥 밥 밥 한 번 먹자
―채환 '밥 한 번 먹자'
▲ 최충식 논설실장 |
향토밥상은 그 지역 역사를 대변한다. 인천의 밥상이 개항의 역사라면 대전의 밥상은 철도 부설의 역사가 묻어 있다. 한 집의 밥상도 그러한데, 그것이 점점 사라지면서 살가운 가족애도 사라져간다. 대한민국 가족 72%는 밥상머리 대화가 부족하다.(동화약품, 한국갤럽) 군자는 부엌을 멀리한다는 맹자의 '군자원포주(君子遠疱廚)' 이데올로기는 소 도살 장면을 목격하지 않는다는 전후맥락 다 떼고 남자 주방 출입금지의 허울만 살아남았다.
가족의 다른 말 '식구'는 그럼 안녕한가. 물론 아니다. 밥을 함께 먹는 사람이라기에는 무색하다. 먹는 것도 일이라 식사(食事)지만 아주 일이 될 지경이다. 교육부가 만든 밥상머리 매뉴얼에 '1주일 2번 이상 함께 식사하기'가 있을 정도다. 갑골문자 '食(식)'은 밥 담긴 그릇에 뚜껑 얹은 형상이다. '부(富)', '귀(貴)'가 새겨진 밥그릇 '복개'를 열면 따끈한 김이 피던 그 친밀한 미감(味感)이 그립다.
그 그리운 밥심으로 인생길을 간다. 연애할 때도 밥은 베이스다. '엘비라 마디간'의 식스틴과 엘비라. 그들에게 가장 서정적으로 아름다운 불륜도 끝내 밥을 먹여주지는 못했다. 미감은 또한 사교적인 감각이다. 식사 중 거절하기 힘든 심리를 활용한 점심 기법이 '런천 테크닉'이다. 아쉬우면 칼국수라도 사야 한다. 세상이 '기브 앤 테이크'여서라기보다 우리 뇌가 간사해서다. 브런치(아점)든 던치(점심과 저녁 중간) 개념이든 상관없다. 맛난 음식을 기분 좋게 나눠먹은 상대는 호감으로 기억된다.
그런가 하면 과도한 설탕이 싸움꾼을 키운다는 연구도 있다. 나트륨이 식빵 2쪽에 66~460㎎, 쌀밥 1공기에는 6㎎이 들어 있다. 집밥은 아무래도 나트륨과 당분, 지방의 과잉을 막는다. 보릿고개 세대가 배춧국에 나물 먹고 자라 똑똑한지는 모르겠다. 여하간 먹고사는 방식대로 문화가 결정된다는 의미에서 국가 차원의 '집밥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말 나온 김에, 이 프로젝트를 지난주부터 막내에게 써먹기로 했다. 군대밥 맛있다는 너스레는 완전 무시하고 대전~서울(수도방위사령부) 간 집밥 공수작전을 개시했다. 수도 서울의 방패에겐 군기 못지않게 '집'과 '밥'의 기억을 묻힌 집밥의 사기도 필요하다는 명분이다. 새싹으로 썩썩 비빈 비빔밥, 쑥국과 냉이국의 향긋한 봄내음을 별일 아닌 듯이 계속 실어나를 작정이다. 서울이 안전해야 대전도 세종도 충청도도 안전하다. 앞뒤 뒤집어 말해도 당연히 맞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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