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이 '접근이 어려운 공간'으로 방치되다시피 한 현실은 비단 '대흥동'이나 '문화공간'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보호자를 동반하고도 각종 시설 입장이 쉽지 않다는 지적은 장애인 정책, 보육 정책의 현주소를 한꺼번에 대변하는 사례다. 대흥동은 그 점에서 하나의 축소판이다.
대전 원도심의 속성상 엘리베이터 등 시설이 부실한 부분을 인정하더라도 이것이 기초적인 문화생활 욕구마저 차단하는 구실일 수는 없다. 자신의 선택권과 주도권을 갖기 힘든 장애인과 보육 세대들의 공연장, 미술관 등에 대한 접근을 아예 차단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문화 욕구나 여가 환경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공간 구조는 원도심 활성화만이 아닌 복지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사실 계단식 구조로 된 소극장에서 놀이방 등 보육서비스 지원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무리일지 모른다. 이러한 도시공간 구조는 하루아침에 바꿀 만한 성질도 아니다. 특히 부족한 것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이동로 설치를 위한 예산 지원이다. 접근 가능한 제한적 환경이라도 우선 제공하는 일은 선택 아닌 '의무'다.
지금 원도심에 절실하고 시급한 것은 보다 많은 무장애 공간 확보다. 휠체어와 유모차가 드나드는 엘리베이터와 경사로 설치, 출입문 턱 없애기는 사회적 약자 배려의 기본이다. 장애인과 육아 여성에 대한 접근권 보장은 복지를 문화 영역으로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다양한 문화를 자유로이 누릴 선택권, 이를 위한 접근권을 막는 것은 계단의 단차와 같은 편의시설 부재만이 아니다. 편견과 무관심이라는 계단도 간단한 문화생활 향유마저 가로막는 요인이다. '대흥동 보고서'에서 제기된 문제는 각 장애유형별 편의시설 확충 로드맵을 새로 만드는 데서부터 해법을 구해야 할 듯하다. 원도심 활성화가 약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 속에 진행되길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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