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미선 편집부장 |
정장차림의 두 남자들 사이에 벌거벗고 앉은 천박한 여인, 보수적 시선들을 불편하게 만든 그 도발적인 모습.
예술과 외설 사이의 논란은 시대를 막론한 단골메뉴인가.
오늘날 최고의 인상파 화가로 손꼽히는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이 공개됐을 당시 미술계와 비평가들은 물론 관람객까지 비난으로 들끓었다.
아름다움을 최고로 여기던 전통양식에 대한 의도적인 도전, 겉으로는 신사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매춘을 즐기던 부르주아들의 불편한 심리를 끄집어냈다는 이유로 마네는 불온적 화가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 2013년 연초부터 들썩이는 물가에 허리가 휘청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했던 '국민행복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팍팍한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으면 좋겠다.
매번 기대한 만큼 실망하게 되지만, 이번엔 과연 다를까.
정권이 바뀌는 절묘한 타이밍을 노려 '줄줄이 사탕'식으로 뜀박질을 하는 물가를 방치해 둔다면 “국민 개개인의 행복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가 된다”던 대통령 취임사는 그저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우스푸어는 빚 때문에 울고, 고물가속 엥겔지수는 높아만 가는데, 배고픈 99%가 배부른 0.1%를 위해 오늘도 허리를 못펴고 살아가는 시대. 인상을 안쓰려 노력해도 저절로 인상파가 돼버리는 현실이다.
# 8년 동안 묶여 있던 담뱃값이 요동칠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여당에서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자는 내용의 법안(국민건강증진법, 지방세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을 낮춘다는 논리는 과연 먹힐까.
물건값이 오르면 그만큼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 당연한 경제 논리지만, 문제는 저소득층의 구매 비율이 높아 서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담뱃값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흡연율 감소효과보다는 세금을 더 걷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난과 함께 “제대로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들 세비나 줄여라”라는 의견이 꽤 인상적이다.
사실 인상주의 혹은 인상파라는 단어는 19세기엔 조롱과 비난의 꼬리표였다.
사실적 묘사기법이 기본이었던 당시 사진기의 등장은 그림의 가치를 떨어뜨려 화가들을 생활고라는 시련속으로 몰아넣었고, 노숙자 처지에까지 내몰린 화가들은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그림만이 전부가 아님을 점차 깨닫게 된다.
과일의 맛을 그려야 겠다는 생각, 과일을 키워낸 농부의 의지까지 그려야겠다는 엉뚱한 발상, 인물화를 그릴때도 모델이 되는 인물의 내면까지 그려보겠다는 욕망이 고된 현실을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 였고 그 기발함이 인상파라는 별칭을 얻어낸다.
세간의 냉혹한 시선에도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을 만들어 낸 그들처럼, 박근혜 대통령도 물가인상에 대한 창의적인 대안을 기대한다.
정부는 총 135조원에 달하는 '국민행복'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5개년 재정운용계획을 발표했지만 국민들의 추가적인 부담 없이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은 현재로서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말 많은 국민연금의 기초연금 전용이나 반대여론이 강한 담뱃값 인상안 같은 자충수는 위험하다. 대선 토론회에서 박대통령이 거론했던 지하경제 양성화나 부자증세에 눈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정한 국민행복시대를 원한다면 서민들의 장바구니를 충분히 살펴 구겨지고 주름진 삶을 어루만져 주길, 국민들이 인상파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 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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