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로 한밭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에 대선으로 표출되었던 아우성은 잠잠해졌으나 신기루처럼 나타났던 '안철수 신드롬'은 다시 맨틀을 달구고 있다. 안철수 신드롬은 다수 국민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 달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표출된 자연발생적 현상이다. 하지만, 선거 때 나타난 것처럼 안철수 전 교수는 치유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또 정치 쇄신의 지도력을 확연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선거 과정에서 안철수 전 후보의 오락가락하는 모호한 행보와 무기력한 모습, 그리고 후보직 중도사퇴의 실망감에 수많은 유권자는 정치쇄신을 약속한 박근혜 후보에 투표했다.
그러나 정치 쇄신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다.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에게 선거주권을 되돌려주고자 국민 경선제를 시행하는 것은 물론,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고 기초단체장과 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기로 한 정치개혁 선거공약은 물밑으로 잠적해 버렸다.
정당은 더 가관이다.
선거에 패배한 민주당은 말 그대로 오합지졸이며,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도 여당으로서 새 정부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국민보다는 대통령의 눈치 보기에 분주하다.
국회는 국회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는 뽑아준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감시·견제하고 각 정책 등을 꼼꼼히 따져 국민의 처지에서 일해야 하지만 현실의 모습은 아쉬움만 남는다.
선거 당일, 미국으로 떠났던 안철수 교수가 4월 재보선에 출마한다고 한다. 하지만, 출마를 앞두고 설왕설래하며 분주한 분위기다. 정치 개혁을 기치로 내세웠던 안 교수의 복귀는 안철수 신드롬이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당연한 귀결이다.
정치권이 정치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구태정치를 일삼고, 특히 새 정부 출범에도 양보와 타협이 없는 정치 공방만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안철수 교수의 신당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선거 공학적으로는 가능할 것이다. 한 언론의 여론조사결과 안철수 교수가 창당할 때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 40.1%, 안철수 신당 29.4%, 민주당 11.6% 순으로 나타났다. 전통지지층 측면에서 보면 민주당의 약 50%, 새누리당의 20% 정도가 신당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지방선거 경쟁률이 약 3.5대1이고, 당내 공천경쟁률은 약 4대1로 당선율은 약 10% 수준이며, 국회의원 당선율도 약 10%다. 예비 등록자(공천경쟁률 약 6 대 1)의 최종 당선율은 7%에 불과하다.
자동으로 탈락자 93%는 다음 공천을 기다리는 예비군이 된다. 현역 국회의원의 90%가 재도전하는 것을 고려하면 신인의 진출통로는 꽉 막혀 있다.
결국, 선출직 수의 15배에 달하는 정치 잠룡들의 탈출구로서 안철수 신당은 호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교수의 국정운영 철학과 준비된 정책, 정치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안철수 신드롬의 현실화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출범하느냐의 타이밍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험난한 정치 밭에 나 홀로 입성하면 가시 덩굴 숲에 묻힐 수도 있고, 우뚝 솟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10월 전국 선거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후보를 내고 동시 입장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안철수 등판은 기존 정당에 약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독인가. 정계 개편의 기폭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정당마다 셈법이 다양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제3당의 출현으로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고, 개헌이나 정치개혁의 명분을 얻을 수도 있다. 혹은 후폭풍에 정국 불안을 맞을 수 있다.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과 손잡아 정국 주도권을 잡거나 야권단일화로 차기 집권을 노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통 야당의 뿌리가 흔들리고 제3당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아무튼, 정치권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안철수 교수의 등판은 정치판을 뒤집어 기득권의 물갈이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 모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안철수의 등판을 국민은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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