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천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불법체류라는 이유로 범법자가 되고 있음에도, 관계 당국은 '단속' 위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대전과 충남 지역 내 불법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625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고용허가가 만기 되는 외국인 근로자 6169명 중 10~15%가량이 출국하지 않고 불법체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00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가 범법자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2003년 8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련한 법률이 제정ㆍ공포됐다.
당시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잦은 사업장 이탈을 막고 노동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기존에 산업연수생 제도가 있었지만, 국내 인력송출회사가 인력을 중개하며 근로자들이 부담하는 송출비용이 과도했고, 근로자들은 더 나은 임금을 찾아 사업장에서 도망치는 등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다.
3월 현재 지역 내 등록된 외국인은 6만3891명이다.
5년마다 고용허가가 만기돼 해마다 불법체류하는 인원은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가 출국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자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한국에 들어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당 국가마다 한국에 오려는 대기자가 넘쳐 순번이 돌아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게 출입국관리소의 설명이다.
대전출입국사무소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나가면 다시 돌아오기 힘든 탓에 강력하게 저항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속할 때마다 직원들이 부상일 입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주로 근무하는 영세 중소기업들도 단속 일변도의 정책이 반발한다.
A 기업 대표는 “체류기간이 끝난 직원의 자리에 다른 외국인을 채용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우리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공장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식 대전이주노동자연대 대표는 “산업연수생 제도와 기조상 달라진 것은 없다”며 “5년 이상을 머물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지만, 정부는 4년 11개월 30일을 이주노동자들에게 적용, 외국인 근로자를 부당 대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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