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수 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사고 후 지난 2년 간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원자력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상치 못한 대형 사고에 일부 국가는 원전 중단 정책을 선언하는 등 세계 원자력 정책에도 영향을 끼쳤다.
2주기를 맞아 학계와 전문가, 언론 등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현지 상황과 전 세계 원전 관리 실태, 향후 전망에 대해 분석을 내 놓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원자력 이용이 불가피 하다는 분석이 많다.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사고의 위험, 방사능 유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은 이용 가능한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인 것이 현실이다. 사고 당사자인 일본 정부 마저 “2030년대 원전 제로 목표를 원점에서 재검토 하겠다”고 밝힌 것이 단적인 예가 되겠다.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사고지만 충격과 논란을 가져온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낳은 긍정적 변화를 하나 찾아 볼 수 있다. 그게 부정적인 것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원자력' 자체에 대한 관심 만큼은 확실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만 해도 원전 부품 납품 비리와 정보 공개 등 운영상의 투명성 강화, 노후 원전의 재가동 여부, 원자력 규제 기능의 독립성 실현 등 원자력 관련 이슈가 사회적 큰 관심사로 거론되어 왔다.
이것들과 함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원자력계 이슈가 하나 있다. 바로 '사용후 핵연료'다. 사용후 핵연료란 원자력 발전소에서 전기 생산을 위해 연소하고 남은 폐핵연료다. 고방사능 물질이기 때문에 '고준위폐기물'로 분류되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원전 내 수조에 임시보관하고 있다. 문제는 언제까지 임시 보관할 수 만은 없다는 것이다.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포화가 시작되고 기술적인 방법을 동원해도 2024년에는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사용후 핵연료 관리대책'을 의결하고 올 상반기에 공론화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공론화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중간저장 방식과 운영기간, 부지 선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구제척인 계획을 세워나간 다는 방침이다. 중간저장은 현재 원전 부지 안 수조 안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를 꺼내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지 않도록 물리적으로 차단, 보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중간저장 역시 수십 년 안에 포화 될 수 있는 만큼, 궁극적으로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높은 방사선 및 열과 독성을 함유하고 있으나 또한 94%의 우라늄을 비롯한 재활용 가능 유용한 자원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유용한 자원을 회수하여 고속로에서 연료로 사용하고 이때 높은 독성과 열을 같이 가진 원소들을 함께 태워 소멸시킴으로써 고준위폐기물로부터의 방사선환경 안전성을 증진시키고, 기타 높은 열을 발생시키는 원소들도 분리, 회수하여 대부분의 열원을 제거함으로써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의 면적을 100분의 1로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연구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건식처리공정으로, 최종 회수물질이 혼합물 형태로서 기존의 습식 재처리 방식과는 달리 무기 전용이 가능한 순수한 플루토늄 분리 추출이 불가능해 핵확산 저항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원자력연구원은 상반기 중 공학 규모(연간 10t)로 사용후 핵연료에서 고독성 및 유용한 핵물질을 회수 할 수 있는 기술을 종합적으로 실증할 수 있는 파이로 프로세싱 일관 공정 시스템 구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하는 실험 연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모의 핵연료를 통해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미국 현지에서 한미공동연구를 통해 실제 사용후 핵연료를 쓰는 연구도 병행 중이다. 이와 함께 IAEA도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의 핵사찰 방안에 대해 함께 연구해 파이로프로세싱의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노력중이다.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와 함께 평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원자력 이용을 위한 핵주기 시스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고민을 기대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