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여자들은 삶에서 체험하지 못한 열정, 사랑, 비애를 담은 소설을 읽고 공감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의 소설가 이언 매큐언은 “여성들이 더 이상 소설을 읽지 않는다면 문학은 죽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가 거리에서 소설책을 선물하려 했을 때, 대부분의 남성들은 소설읽기를 거부했으나, 여성들은 흔쾌히 책을 받아들고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는, 소설을 대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현재 문학작품의 주요 독자군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다.
국내 한 인터넷 서점과 언론사가 조사한 '대한민국 평균 독자'도 소설책은 읽는 20대와 3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소설, 여자의 인생에 답하다』를 추천한다. 또한, 돌아오는 화이트데이 책을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있거나 힘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선물해보는 것도 좋다. 이 책은 독일의 한 출판사에서 각각 홍보국장과 주간을 역임한 마르기트 쇤베르거와 카를 하인츠 비텔은 풍부한 독서량과 사회경험을 바탕으로, 75편의 소설을 골라 '여자의 인생'에 답해 주는 독서에세이다.
모두 5장의 챕터 안에 소설의 줄거리와 함께 연인과 가족, 직장과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여러 고민에 대한 문학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헤밍웨이, 나보코프, 사폰, 마르케스, 뒤라스, 트루먼 카포티, 스티븐 킹 등 주옥같은 작가들의 걸작을 다룬 또 하나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고전뿐만 아니라, 미혼 여성의 일과 사랑을 주제로 삼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같은 칙릿 소설까지 포함시켜 포용력이 넓다. 저자들은 지나치게 성공에 집착하는 독자에게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작가 파스칼 메르시어의 데뷔작인 『페를만의 침묵』을 권하며, 자신의 야망에 사로잡혀 현재를 기만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또 불편한 상대일지라도 웃고 넘기는 것이 최고의 처세술일 수 있다는 것을 오스트리아 문학의 부흥을 이끈 작가 슈니츨러의 『구스틀 소위』를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이별이 두려운 사람들에겐 사랑에 대한 믿음을 주는 오드리 니페네거의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읽고,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를 읽으라고 권해주는 이 책은 여성들이 세상에 지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빛나는 충고들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는 작가와 작품도 소개하고 있지만, 줄거리 소개가 풍부해 처음 접하는 소설일지라도 감정과 상황에 따라 골라 읽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그동안 샬롯 브론테나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보며 여자의 인생에 대한 조언을 구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더 폭 넓고 다양한 인생살이의 해법을 제시해줄 것이다.
마르키드 쇤베르거ㆍ카를 하인츠 비텔/김희상 역음/책읽는 수요일/392쪽/1만4000원.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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