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모]3월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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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모]3월의 편지

[교육단상]정태모 논산고 교감

  • 승인 2013-03-12 14:17
  • 신문게재 2013-03-13 20면
  • 정태모 논산고 교감정태모 논산고 교감
▲ 정태모 논산고 교감
▲ 정태모 논산고 교감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17년 전 선생님께서 담임하셨던 못난 제자 수진이에요. 기억하시는지요? 오늘 우연하게 인터넷 검색 도중에 선생님께서 논산고 교감으로 재직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렇게 메일을 쓰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입학하는 날 아무런 꿈도 없었던 불량 학생인 저에게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담배를 끊어보자고 간곡하게 말씀해주시고, 늘 따뜻한 배려와 관심으로 잘못된 제 행동을 바로 잡아주시기 위해 고생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집안 사정으로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셔서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은혜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님 저는 지금 익산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어요. 조만간 찾아뵙고 인사드릴게요.”

참으로 반가운 사연이다. 아주 오래 전에 가르쳤던 제자가 따뜻한 안부 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수진이는 1997년 3월 2일 ○○고등학교에 전근와 처음으로 1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을 때 만난 학생으로 기억된다.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왔을 때 맨 처음 만났던 여학생이 수진이다.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머리는 노랗게 물들이고, 얼굴에는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던 불량기가 가득했던, 담배 냄새까지 풀풀 풍기는 첫눈에 보기에도 심히 걱정스러웠던 학생으로 기억된다.

가정불화로 인한 잦은 가출과 무기력한 학교생활로 인해 하루가 멀다 하고 학생부에 불려가 훈계를 들었던 학생이 수진이었다. 그런 수진에게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급 친구 중에 그래도 수진이를 이해해주던 영숙이를 비밀친구로 삼아주어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수진이의 얼어붙은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틈나는 대로 대화도 하고 식사도 하며 그렇게 1년을 지냈다. 그 후 수진이는 여러 선생님들의 보살핌 덕분에 2~3학년의 학교생활을 잘 마무리하여 무사히 졸업을 하고 고등학교 인근에 있는 보건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수진이가 잊지 않고 17년 만에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참으로 기쁘고 반가운 사연이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참으로 어둡고 긴 동굴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내온 느낌이다. 오로지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지금까지 교직 생활이었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소식들로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최근 몇 년간 쌓아 올렸던 교육 성과들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을 때는 정말 너무도 허탈하고 억울하기까지 했다.

어서 빨리 모든 것들이 정상으로 회복되어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보듬어 안고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날이 돌아오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꽁꽁 언 땅에도 어김없이 꽃피는 봄이 오듯 비록 시련과 아픔 속에서 맞이한 3월이지만 교원이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에게 있어 3월은 언제나 기대와 설렘의 달이다.

새로운 학교, 선생님, 학생, 학부모와의 만남은 희망을 갖게 한다.

3월의 시작과 함께 받게 된 한 통의 메일은 지난겨울 혹독하게 추웠던 순간들을 잊게 하고 새 희망의 끈을 조여 맬 수 있게 한다.

이렇게 17년 만에 찾아주는 제자가 있고, 새롭게 맞이하는 학생들이 있는 한 교육은 희망이고 축복이다. 오늘 아침도 “교육은 희망이다”란 믿음을 굳게 가지며 힘찬 출발을 계획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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