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
이러한 상황은 아마도 지방대생들의 능력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감각의 부족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정보네트워크와 국제화 감각, 적극적인 자세와 도전적 정신의 결여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위치가 단순히 지리적 차이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 예를 들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친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지역 불균형이 심화되고 이것이 지역발전 육성에 필요한 인재까지 수도권이 흡수해 버리는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이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986년 당시만 해도 대학 선택에 있어서 서울의 중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 입학을 놓고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지만, 이제는 가차없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의 입장에서 지방대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졸업 후 취업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는 지방자치체가 지방대학 학위 취득자에 대한 고용의 기회를 그 지역사회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지역단위의 경제발전과 지방경제 활성화가 지방대학 발전의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각 지방자치에서 '인재지역할당제'를 도입하여 지역출신 학생들을 고용하면 어떨까?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산학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역 기업체에서는 우선적으로 지방대학 학생들에게 산업현장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인턴십(internship) 기회를 제공하고, 지방자치체는 이런 기업들에 제도화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대학에서는 지역 기업체 종사자들에게 재교육, 연수, 기술지도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지역 내의 연구개발 노력에 의해 기술혁신이 창출되어 상품 및 서비스화로 연결되고 지역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때 지역혁신에 참여하는 대학은 지역의 기술혁신의 허브(hub)인 동시에 혁신 네트워크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마련될 것이며, 이는 학생들에게 학문에 대한 동기유발과 수도권에 빼앗긴 국제적 '감각'과 도전적인 정신을 되찾아 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학생들도 일정 부분 노력해야 할 것들이 있다. 지방대학생들 역시 수도권에서 얻을 수 없는 자신만의 스토리와 남들이 왈가왈부 할 수 없는 독창성, 그리고 실사구시로 자기개발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방에 속해있는 고등학생들이 굳이 비싼 수업료와 생활비까지 감당하면서 수도권으로 진학하지 않을 것이고, 지방대학과 지역 역시 서울로 인재를 빼앗기지 않아 지역사회가 경제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 대선 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있는 변화'의 내용에는 지방대학 출신 채용할당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즉 신규채용자의 일정비율을 지역대학 출신자로 채용하도록 공공기관부터 확대 시행하고 주요 기업 및 경제단체가 지역대학 출신을 채용하도록 확산 캠페인을 추진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과는 별개로, 필자는 지방대학 출신 학생의 지역 기업체 채용이란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지방자치체의 자구노력을 필요로 한다.
지방대생들의 감각 문제를 전적으로 학생 스스로에게 맡길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지방대학과 지역사회가 일정 부분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가지고 공급해 준다면 지방대생들의 취업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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