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변가의 시대, 스피치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학원 또한 문전성시다. TV 토론프로그램 속 패널부터 여야 대변인들까지 촌철살인의 말솜씨. 유명강사의 맛깔스런 강연에 귀 기울이다보면 100% 공감, 강연내용이 진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말의 힘은 위대하다. 사람의 내면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렇기에 말 잘하는 사람이 사랑받고 추앙받는다. 하지만 그 이면에 도사린 어두운 단면. 참을 수 없는 입의 가벼움.
'막말의 달인'이 돼야 차세대 정치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비아냥을 듣는 정치권의 말실수와 파급효과는 단연 최고다. '자연산'이라는 단어로 여성을 먹거리에 비유했던 어느 정치인은 한순간 반(反) 지성인으로 낙인찍혔고, 현직 대통령도 대선토론회 과정서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겠다” 는 실언으로 큰 곤혹을 치러야했다. 이웃나라 일본도 만만치 않다.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한 일”이라는 망언으로 우리국민을 울분케 했던 아소 다로(72) 부총리. 그가 이번엔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논의하다 “죽고싶은 노인은 빨리 죽어야 한다”는 비윤리적 발언으로 해외토픽에까지 보도되는 망신살을 겪었다. '병은 입을 좇아 들어가고 화근은 입을 좇아 나온다(태평어람)'는 옛말이 그름이 없는 듯 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우리는 가끔 이솝우화 속의 재단사가 돼버리곤 한다. 철석같이 약속했던 '둘만의 비밀'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있고, 비틀리고 재해석돼 처음과는 전혀 다른 창작물로 회자되기도 한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당혹감과 배신감. 이런 경우 비밀 당사자와 누설자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애써 쌓아왔던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그 자리에는 몇 곱절 더 큰 불신의 뿌리가 들어앉게 된다. 호사가들의 전성시대. 당신이 누군가에게 말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비밀'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이 있다. 이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하라는 뜻' 공자님 말씀 허투루 듣지 말자. “세상만사 뭐 그럴수도 있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포용력과 경청의 자세를 길러보자. 안된다고 하지말고 아니라고 하지말고…. 오늘 딱 하루만이라도 긍정의 마음으로 노력해보자.
황미란·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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