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자사업은 명예일까? 수많은 연구비지원사업의 하나일까?'
2006년 처음 시작돼 8년째를 맞은 국가과학자 선정사업 위상에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국가과학자사업은 2006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업적을 보유한 우수 과학자를 선정해 연간 15억 원씩 최장 6년간 연구비를 지원하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지원이었다. 노벨상에 근접한 과학자를 선정, 연구비를 지원하는 국가과학자는 과학계 국가대표, 국보급연구자 등 각종 수식어와 함께 연구자가 하고픈 연구, 자율적인 연구 등으로 지원금액과 지원기간, 운영 면에서 새로운 모델이었다.
선정된 연구자들에게는 국가가 공인하는 과학자라는 것에 대해 개인적 영예와 대단한 프라이드로 작용했다. 이후 지원기간도 10년으로 늘어나고 국가과학자도 10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1년 기초과학연구원(이하 IBS)출범과 더불어 5명의 국가과학자가 연간 최대 100억 원(최장 10년)을 지원하는 IBS단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국가과학자사업과 IBS단장 등 연구비 중복 지원으로 국가과학자사업을 반납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국가과학자라고 불리기보다는 IBS단장이란 명칭에 만족해야 했다.
국가과학자에서 IBS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A 박사는 “국가과학자라는 타이틀은 연구자로서 명예롭게 생각했다. 비록 IBS단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국가과학자라는 타이틀은 보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가과학자라는 타이틀은 연구비 지원의 문제보다는 명예라는 생각이다. 대다수 국가과학자 출신 IBS단장은 국가과학자 명칭에 애착을 갖고 있다.
연구자들은 국가과학자를 연구비 지원뿐 아니라 명예로 생각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러 연구지비지원제도중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어, 연구자들과 정부의 괴리가 생긴 것이다.
국가과학자 1호로 지난해 말 사업이 종료된 이서구교수의 경우 국가과학자라는 명칭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 명예가 아닌 연구비지원사업이라는 정부의 방침에 따르면 이서구 교수는 사업이 종료됨에 따라 국가과학자라는 명칭을 쓸 수 없다. 그냥 전(前)국가과학자 쯤으로 불려야 하는 지 고민이다.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과학자로 파격적인 지원과 예우를 기대했지만, 연구비지원만 강조되고 예우는 빠진 형국이다.
국가과학자 B씨는 “인류에 공헌한 과학자들을 기리고 자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화폐에 과학자의 얼굴을 넣은 선진국가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성과를 낸 과학자들에게 명예와 자긍심을 줘야 한다”며 국가과학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재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학기술분야 국가대표인 국가과학자 선정도 불규칙하다는 것도 문제다. 2006년 2명, 2007년 1명, 2010년 5명,2012년 2명이 선정됐지만 2008년, 2009년, 2011년에는 예산 미확보로 국가과학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국가과학자 선정 사업에 대한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과학계 관계자는 “창의적인 연구로 미래 선장동력으로 기여할 국가과학자 사업은 이공계 연구자들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희망이다”라는 말로 국가과학자사업의 중요성과 위상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은남 기자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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