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담뱃값 인상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담배 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흡연자들이 낱갑 대신 보루 구매에 나서면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 논의가 시작된 지난 6일 이후 담배 판매량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보루로 판매하는 대형마트는 20% 이상 담배 판매량이 증가했으며, 편의점 역시 낱갑 대신 보루를 찾는 흡연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 1~5일까지 담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가량 하락했지만 6~8일 사이에는 오히려 15% 가량 늘었다. 편의점 역시 6일을 기점으로 담배 판매량이 10% 이상 증가했고, 눈에 띄는 것은 낱갑 구매보다 보루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편의점 한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낱갑보다는 보루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담뱃값 인상 소식에 미리 사두려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통상 새해에는 금연을 결심하는 흡연자들이 많아 담배 판매량이 떨어진다. 해마다 1~2월 정도까지는 10~15% 가량 하락하다가 금연에 실패, 다시 흡연자로 돌아가는 추세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논의되는 담뱃값 인상 폭은 2000원으로 흡연자들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한푼이라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리 보루째 구매에 나서는 상황이 빚어지는 실정이다.
흡연자 A(37)씨는 “금연을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2000원이 오르면 한 값에 5000원이 넘는 것 아니냐”며 “흡연자들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도 “담뱃값 인상이 가시화되면 미리 사두려는 흡연자들은 물론 소매점 역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담뱃값 인상이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되면 흡연자들은 보루 구매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흡연자들은 담뱃값 인상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간접흡연의 피해가 막대한 만큼 담뱃값을 인상해서라도 강제적으로 금연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 4년 전 담배를 끊은 B(39)씨는 “흡연할 때는 담배 냄새 때문에 딸아이가 곁에 오는 것을 싫어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몸도 건강해지는 것 같아 회사 내에서도 금연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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