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변호사 아이(Eye) 쇼핑'에 당한 것이다. 혹시나 해서 상담료 얘기를 꺼낼까 하다가, 의뢰인과 얘기가 잘 된 것 같아 그냥 보냈던 게 후회될 뿐이다. A 변호사는 “갈수록 이런 일이 잦다. 변호사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2. 이혼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모 변호사 사무실을 찾은 정모(36)씨. 사연이 복잡해 1시간 동안 변호사와 상담했다. 상담을 좋게 마무리한 후 변호사 사무실을 나서는데, 사무직원이 갑자기 상담료 문제를 꺼내 당황했다. “상담하는데도 돈을 내야 하느냐”고 따지면서 실랑이가 벌어지자, 변호사가 “그냥 가셔도 된다”고 해서 사무실을 나왔다.
정씨는 “상담료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굳이 받지 않아도 되는 것 같은데, 왜 그런 걸(안내문)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변호사 상담료'는 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내지 않아도 된다. 대전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사무실에는 모두 같은 내용의 법률상담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내용은 이렇다.
'법률상담료(기본 30분) 5만원(부가세 별도)', '매 10분 초과 시 2만원씩 가산함', '의견서 작성 및 기록검토에 대한 요금은 별도(단, 수임 시 수임료에 포함)' 등이다. 변호사와 상담만 해도 5만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권고일 뿐이다.
그렇다면, 상담료는 왜 생겼을까.
단적으로 말하면, 변호사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다.
변호사 수 증가로 수임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빚어진 것이다. 점점 먹고살기 힘들어지면서 일부 변호사의 저가 전략과 의뢰인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변호사업계에는 속칭, '변호사 아이(Eye) 쇼핑'이 만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상담료는 변호사를 '비교하며 고르는' 세태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한 자구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모 변호사는 “(우리에 대해) 변질되는 인식 등 부작용을 차단하려는 것이지,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다. 사실 상담료를 받는 변호사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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