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환용 서구청장 |
지금 새삼스럽게 몇 년 전 참사를 기억해 떠올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경칩(驚蟄)이 지나고 낮 기온이 점차 평년 기온을 웃돈다는 기상예보가 있다. 유난히도 춥고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 긴 겨울을 보내고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하는 즐거움과 함께 해빙기 안전사고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재난·재해 예방대책, 안전사고 예방에 대하여 직원교육이나 각종 강연에서 '하인리히 1:29:300의 법칙'과 홍만종의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을 자주 소개한다. 하인리히(H.W Heinrich)는 1930년대초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사에 근무하면서 고객 상담에서 고객들이 경험한 사례들을 분석 '산업재해예방의 과학적 접근'이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한번의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이전에 유사한 경미한 사고가 29번 있었고 그 주변에는 평균 300번 이상의 관련 징후가 발견됐다는 법칙을 완성했다. 사전에 징후가 있었기에 예방이 가능하다는 근거를 제시해 현재는 사회 많은 분야에서 불멸의 법칙으로 통용되는 법칙이 바로 '하인리히의 1대 29대 300의 법칙'이다.
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안전대책이나 예방대책에 대해서는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조선 인조때 학자 홍만종이 지은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이라는 유명한 고사가 자주 인용된다.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는 뜻이다. 일을 그르친 뒤에 아무리 뉘우쳐야 늦는다는 말을 역설적으로 풀이한 의미심장한 뜻이 담겨져 있다. 최근 대기업에서도 하인리히 법칙을 직원교육에 적극적으로 접목시키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채널을 통한 고객과의 소통으로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성공은 고객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구청장에 취임하면서 '하인리히 법칙'을 구정에 도입해 실천하고 있다. 바로 현장행정이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민의 가감없는 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의견을 분석해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답을 찾아서 구정에 반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난재해위험지역 방문과 행정사각지대 현장행정 등 2688회에 걸쳐 구민의 고견을 듣고 지역주민숙원사업 720여건을 해결했다. 현장에서 원인을 찾고 현장에서 해답을 찾아 구정에 반영한 것이다. 하인리히가 고객 상담에서 지혜를 얻어냈듯이 구민들로부터 해답을 얻어낸 것이다.
지난주에는 서구 도솔다목적체육관에 2000여명의 구민들을 초청해 2013년도 우리구 살림살이 보고회를 열었다. 그동안의 보고회 방식에서 탈피해 분야를 막론하고 문제점, 불편사항, 궁금한 사항, 쓴소리를 가감없이 제시해 달라고 구민들에게 부탁했다. 하인리히의 통계학적 접근으로 구민들의 작은 불편함이나 경미한 사건들을 가벼이 넘겼을 때 커다란 재해나 재난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뜻에서였다. 많은 구민들이 호응해줬고 다양한 의견과 함께 해법도 제시해 줬다. 세밀한 분석을 통해 단 한건도 빠뜨리지 않고 구민들에게 답변을 주고 구정에 반영할 생각이다. 구민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현장의 소리를 듣는데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을 우리 실생활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 접목한다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말이 사라지지 않을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