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기업 경영자와 관리자들이 마케팅과 광고를 동의어라고 생각한다. 홍보, 즉 PR은 마케팅이라는 나무의 곁가지일 뿐이라고 인식한다. 이제 이러한 생각은 뒤집어져야 한다.
요즘은 광고가 예전만큼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소비자들은 광고 자체, 그리고 광고가 흔히 전면에 내세우곤 하는 과장된 슬로건에 점차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광고 프로그램에는 한 가지 결여된 것이 있다.
바로 '신뢰성(credibility)'이다. 소비자들은 광고가 이야기하는 것을 무작정 신뢰하지 않는다.
광고가 안고 있는 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알 리스와 로라 리스 부녀는 'PR 먼저, 광고는 그 다음'을 이 책의 모토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잡지나 신문의 사설란,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뉴스 보도를 통해 기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접한 소비자는 광고를 통해 동일한 메시지를 전해들은 소비자에 비해 해당 메시지를 신뢰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스타벅스, 레드불,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수많은 기업들이 PR을 먼저 활용하는 접근방법을 동원해 성공리에 브랜드를 구축했다.
광고가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PR이 일차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할 때는 PR을 통해 먼저 고객으로부터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얻은 다음 광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마케팅의 세계에서 악마는 광고에 숨어 있다. 기업이 광고라는 바구니에 무분별하게 담는 달걀의 개수를 줄이고 PR을 마케팅 전쟁의 최전선에 내세워야 한다는 이 책의 주장은 기존 브랜딩 개념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再考)를 촉구한다.
재치 있고 빠른 전개로 술술 읽히며, 풍부한 사례를 통해 매력적인 방식으로 논증하고 있다. 저자들 특유의 도발적 메시지, 직설적 화법, 탁월한 처방이 제대로 표출된, 모든 CEO와 마케터의 필독서다.
또한 책은 광고에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더바디샵'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워낸 아니타 로딕을 좋은 본보기로 꼽는다.
로딕은 광고에 집중하기보다 자연주의 화장품 원료를 찾아 전 세계를 여행했고, 세계 언론이 로딕의 행보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하게 뿌리내릴 수 있었다.
알 리스ㆍ로라 리스 지음/김현정 옮김/비지니스맵/384쪽/1만7000원.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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