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퇴직 후 봉사 길 찾다 자치대학 개설

[중도초대석] 퇴직 후 봉사 길 찾다 자치대학 개설

지식의 창으로 깨어있는 시민을… 만남의 장으로 화합하는 지역을 2011년 11월에 '100개 강좌' 돌파… 연 6600명 참여는 '신뢰'가 해낸 일

  • 승인 2013-03-05 14:10
  • 신문게재 2013-03-06 11면
  • 대담=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ㆍ정리=김의화 기자대담=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ㆍ정리=김의화 기자
●백무남 새울아카데미 주민자치대학 학장

'나무를 심은 사람.' 황무지에 매일 100개의 도토리를 심어 30여년 만에 비옥한 숲으로 바꾼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의 이야기다. 한 사람의 신념과 노력, 헌신이 얼마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감동적으로 보여준 작품. 소설과 애니메이션으로 발표되어 수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나무를 심은 사람' 엘제아르 부피에처럼 묵묵히 '평생학습'의 나무를 심고 있는 사람이 있다.

대전시 동구 용운동 새울아카데미 주민자치대학의 백무남 (73ㆍ사진)학장. 한국수자원공사(K-water)계열사(한국수자원기술공단) 사장에서 퇴임 후 평생학습 전도사로 변신, 2009년부터 새울아카데미 주민자치대학(이하 새울아카데미)을 운영하고 있다.

동구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새울아카데미는 4년간 총 151개 강좌를 진행, 연인원 6600여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관(官) 주도가 아닌 민간이, 그것도 개인이 주민자치대학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전국적으로도 이색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강의내용도 알차다. 정치, 경제, 국제사회, 주민자치, 역사문화, 건강, 자녀교육까지 다양한 주제의 수준 높은 인문학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다양하게 펼쳐지는 현장학습도 매력. 지방자치학회 주최의 국제학술세미나 참석에서부터 지역 발전을 위한 내고장 둘러보기 버스투어까지,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수강생들로부터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지역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자신감이 생겼다', '내 고장 지역 발전에 관심이 생겼다'는 자체 평가를 받고 있다.

평생학습시대 주민 참여를 통한 동네자치 구현의 모범사례라는 호평 속에 최근에는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가 선정하는 제17회 참여자치시민상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새 봄의 기운이 움트는 경칩이었던 5일, 동구 용운동 새울아카데미 사무실에서 '평생학습의 나무를 심은 사람' 백 학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관 주도가 아닌 개인이 지역민을 위한 주민자치대학을 시작했다는 점이 이색적입니다.

“한국수자원기술공단 사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퇴직 후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그동안 익혀온 일을 기반으로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 '주민자치대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평생학습시대에 수준 있는 강좌를 통해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깨어있는 시민의식' 함양을 통해 용운동 지역 발전의 추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전의 지역 발전 격차와 동서불균형으로 인한 지역주민의 소외감을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지역 발전 격차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요.

“서구 괴정동에서 살다 지난 1990년 용운동으로 이사왔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잘 몰랐는데 퇴직하고 난 후 주변 지인들로부터 '용운동에서 못산다'며 둔산 신도심으로 이사하기를 권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각종 모임도 주로 둔산이나 유성에서 이뤄지는 것을 보며 지역 격차가 너무 심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죠. 그래서 내가 사는 동네, 용운동을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새울아카데미가 2009년에 문을 열었으니 햇수로 5년째입니다. 그동안 보람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2011년, 날짜도 정확히 기억합니다. 11월8일에 누적 100개 강좌를 돌파했을 때 보람이 컸습니다. 지금까지 총 151강좌를 진행했고, 연인원 6600여명의 주민이 참여했습니다. 주민들이 신뢰하고 함께 해주셨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12년에는 주민자치프로그램 우수상을 수상해서 대전시로부터 상금 1500만원을 받았습니다. 그 상금으로 열악한 주민센터 설비를 개선하고 각종 비품을 구입했던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새울아카데미 강의자료 모음집'도 발간했지요.”

-새울아카데미는 평생학습시대 주민참여를 통한 동네자치 구현의 모범사례라는 평을 듣고 있는데, 새울아카데미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어떤 점을 꼽고 싶으시는지요?

“마을지역의 생활단위에서 官이 아닌 주민의 자발적 자치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제일로 꼽고 싶습니다. 새울아카데미는 주민들에게 지역발전을 위한 토론의 광장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 현안을 발굴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민의 자치의식이 싹트는 학습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사람은 깊이 있는 만남과 끈끈한 유대를 위해 대면공간인 동네에서 사람들과 직접 만나며 상호작용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새울아카데미는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갖도록 하는, 만남의 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현안사업에도 새울아카데미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용운동과 지역 발전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들은 무엇이 있는지요?

“용운동의 대표적인 현안으로는 용수골~남간정사 도로 개설과 동구 용운동에 시립병원을 유치하는 문제, 대전 동북부순환도로 개설 건의 등이 있습니다. 3대 현안 사업을 관계기관에 적극 건의중인데 새울아카데미가 주민과 함께 건의주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각 사업은 관계기관에서 결정해 진행되는 것이지만 주민들로서는 관계기관이 활발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모아서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전 동북부순환도로 개설 건의를 위해 주민 1만여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요. 조만간 정부와 대전시 등 각계에 개설 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대전 동북부순환도로가 대덕구를 거쳐 신설되는 회덕IC로 연결되면 용운동에서 세종시까지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구도심 지역인 동구와 대덕구는 물론 충북 옥천지역에도 큰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울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보람을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머리 속에는 늘 새울아카데미 생각입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수강생들 얼굴이 한명 한명 떠오르고 날이 밝으면 수강생 누구 누구에게 안부전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룹니다.(웃음) 그만큼 재미있고 보람있게 느끼고 있다는거지요. 고령화시대 저 같은 실버세대가 지역을 위한 맞춤형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새울아카데미는 인생 2막에 큰 의미가 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혹시 정치에 뜻이 있는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던데요.

“(웃음) 월급 한 푼 안받고 지역위해 봉사한다고 하니, 일부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제 나이에 무슨 욕심이 있겠습니까? 다만 제가 사는 용운동이 좀 더 살기 좋은 동네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나름의 봉사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른 의도가 있었다면 지역 주민들이 벌써 알아차리고 저를 믿어주지 않으셨을겁니다. 순수한 마음을 믿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늘 힘을 얻습니다.”

-운영하면서 혹시, 힘들었던 과정은 없으셨는지요.

“솔직히 힘든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무적, 행정적으로 보조인력이 없다보니 강좌 구성부터 수강생 관리까지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을 저 혼자서 처리해야 합니다. 온라인상의 소통을 위해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운영해달라는 수강생들의 요구가 많은데도, 관리인력을 구하지 못해 개설을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상황이지요. 아카데미 학사 운영을 체계화하기 위해서라도 올해는 1명이라도 보조인력을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새울 아카데미의 향후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먼저 새울아카데미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를 짚어보면 지역발전을 위한 토론의 광장으로서, 지역주민간 단합과 공동체의식 강화의 장이 되고 있고, 선진 민주시민 의식 함양 제고와 함께 지역여론 수렴창구로서의 역할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 부분에 집중하면서 선진주민자치교양교육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사회적 자산으로서 새울아카데미의 역할을 증대시키고 싶습니다.

또 지역사회의 동반자인 대전대학교와 지역주민간 협력을 강화해 지식기반사회 국제화 교류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평생학습을 계속 하려 합니다. 새울아카데미 강의에 참여해주고 계신 대전대 교수님들께도 지면을 빌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대담=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ㆍ정리=김의화 기자ㆍ사진=이민희 기자


●백무남 학장은 누구

▲1940년 광주 출생 ▲학력:중앙대 법정대학 3년 수료, 한양대 법정대학 졸업(행정학사), 충남대 행정대학원 최고관리자과정 졸업 ▲경력:제6대 국회의원(박종태) 비서관(4급), 대통령 공보비서실 국회담당(4급), 체신부 차관 비서관(3급), 한국수자원공사 기획본부장(이사), 한국수자원감리공단 사장, 한국수자원기술공단 사장, 한남대 객원교수, 한국공기업학회 이사, 한국대댐학회 이사, 대전대 에너지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동구의회 의정비심사위원장, 대전도시철도 2호선 노선 변경저지 동구비상대책위원장, 대전공공시립병원설립 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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