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官) 주도에서 민간 경제계 주도로 바뀌면 우선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지역 상의가 바통을 잇는 데 일단 찬성하는 이유다. 지난해 논의만 무성하다 흐지부지된 원인을 분석하면 자치단체 간 또는 자치단체와 지역 경제계의 엇갈린 행보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자치단체와 상의 간 업무 협력과 유관기관의 설립 지원은 더 강화돼야 할 부분이다.
상의가 추진할 때의 이점 하나는 자치단체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시각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부분이다. 다만 상의가 주축이 되더라도 주도권 다툼으로 흐른다면 알맹이 있는 성과를 낼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특정 상의가 주도한다는 인상을 풍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일부 지역에서 실익이 적다고 판단되면 협의를 거둬들일 수도 있다.
대전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지역 상의가 주축이 되더라도 각 지역 상의의 견해 차와 온도 차는 상존한다. 예를 들면 충북 차원의 지방은행 설립으로 방향을 선회할 개연성이 아직 잠복하고 있다. 공조의 중요성은 충분히 절감했을 것이다. 은행 설립에 올인하기에는 지역 상의의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점도 한계다.
은행을 설립하는 일, 특히 자생력을 갖춘 지방은행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균형 있는 지역경제 발전에 지방은행이 절실하며, 논의가 어떻게 흘러도 최소한 충청권 단일의 지방은행이라는 공감대는 전제돼야 한다. 상의가 구심점이 된 이후에도 특정 상의가 주도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면 속도 조절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 기회에 경제계와 자치단체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이원화 아닌 공동 보조와 세심한 분담이 이뤄지는 게 좋다.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은행 설립에 관심 있는 강원이나 인천, 광주와의 공조도 생각해볼 문제다. 지방은행 설립준비협의회가 계획대로 꾸려져 탄력적인 행보에 나서길 바란다. 공감대를 추진 동력으로 바꾸려면 협의 기구 구성부터 원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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