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과잉으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로스쿨 등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기존 변호사업계에 맞서는 형국으로 법조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지역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 학생회장 출신 변호사들이 가칭 '로스쿨 변호사협의회' 설립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5월 정식으로 출범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행보까지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식으로 협의회가 출범하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가입이 쇄도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서자'(庶子) 출신이라는 서러움 때문이다.
로스쿨 출신인 대전의 A 변호사는 “세력싸움을 떠나 사법시험과 군법무관 출신 등이 대부분인 여건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협의회가 수면으로 떠오르면 '세력'은 만만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이 배출하는 변호사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전에서는 19명의 1기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탄생했다. 전국적으로는 21개 로스쿨을 졸업한 1442명 중 1260명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었다. 다음달 예정된 2기 합격자까지 포함하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급격히 늘게 된다.
전국의 변호사가 대전 326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만2000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로스쿨 변호사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B 변호사는 “젊은 변호사들이 대거 진입하면 대한변협과 대전변호사회 선거 등에서 적잖은 힘을 발휘할 수 있어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의 로스쿨 변호사들은 협의회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진 않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C 변호사는 “충남대 로스쿨 출신이 많고 3년 동안 안면이 있어 모임도 하고 있다”며 “협의회를 설립하더라도, 대결이나 분열이 아니라 다양하고 건전한 의견 수렴의 창구역할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로스쿨 변호사를 채용한 법무법인의 한 대표변호사는 “로스쿨 변호사들은 독자 개업보다는 법무법인이나 개인사무소에 대부분 취업한다”며 “고용자와 피고용자 관계 등 변호사업계도 기업처럼 시스템화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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