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미흡한 행정지도와 함께 폐업지원금을 받으려는 분뇨수거업체들의 꼼수가 이같은 기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분뇨수거차량이 골목에 긴 호스를 늘어트려 정화조에서 인분을 퍼올리는 모습은 요즘들어 보기 드문 장면이다. 시민 대부분이 생활하는 공동주택은 인분을 하수종말처리장으로 곧바로 배출하며, 하수관거정비사업을 통해 그나마 단독주택 정화조도 사라지는 추세기 때문이다. 정화조가 사라지는 만큼 이를 일거리 삼아 운영하는 분뇨수거 대행업체도 당연히 감소해야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2010년 말 대전 5개 구청에 허가된 분뇨수거 대행업체는 모두 12개에 수거차량 49대였다.
그런데 지난해 말 대행업체는 18개, 차량은 62대로 늘어났다. 2011년 이후 동구에 분뇨수거 대행업체 5개가 신규허가됐고, 대덕구에도 2개가 더 생겼다.
정화조가 사라져 일거리가 줄어드는데 분뇨수거를 대행하겠다는 업체는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은 왜일까.
지자체의 오락가락 행정과 보상을 노린 업체의 상술때문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시 행정심판위원회는 2011년 동구와 대덕구가 분뇨수거업체 신규허가를 제한한 조치는 잘못됐다며 허가의 문을 열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내용의 서구ㆍ유성구에는 허가가 나가서는 안된다며 문을 닫도록 했다. 이후 동구는 5개 업체에 분뇨수거 대행업 신규허가를 내줬고 대덕구도 2개를 신규허가했다.
이런 가운데 과열경쟁을 벌이게 된 수거 대행업체가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전지방법원은 분뇨발생량을 고려하지 않고 신규허가하는 행위는 위법하다며 동구가 허가한 대행업체 2곳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지난달 내렸다.
구 관계자는 “시 행정심판위원회의 의결 이후 신규허가를 제한할 수 없어 분뇨수거 대행업 허가가 남발되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분뇨수거 대행업체가 적정 수준서 유지될 수 있도록 허가를 제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성없는 분야에 새로운 대행업체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은 추후 지자체의 폐업지원금을 기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때문에 사무실과 차고지가 동일함에도 회사 이름을 달리해 허가를 받는 회사 쪼개기와 수거차량 1대로 등록하는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대전분뇨수거 대행업체 모임인 청화협회 한 관계자는 “각 가정의 분뇨를 수거하는 일은 지자체의 공익사업을 민간업체가 대행하는 것으로 적정한 관리가 필수”라며 “허가가 남발돼 대행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면 결국 지자체가 세금을 투입해 폐업을 유도하는 절차를 밟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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