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는 방법을 통해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에 나서지 않고 있는 야권을 향한 '압박용'의 성격이 짙다.
이번 임시국회가 폐회되는 5일까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기형적인 국정 운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절박감은 대국민 담화에 나선 배경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집권한지 일주일밖에 안된 상황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정치권 갈등의 최전선에 나선 것은 결국 박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대국민담화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정부조직법의 국회처리에 따른 국정차질 이외에도 자신이 제안했던 여야 대표들과의 청와대 회동 카드마저 무산된데 따른 실망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더 이상 정치력이 실종된 여야의 협상만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국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 “대통령과 국회는 국민들을 대신하는 의무를 부여받은 것이지 국민들의 권리까지 가져갈 수는 없는 것” 등의 표현을 동원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시기와 내용 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집권 초반부터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경우 자칫 유사 사안이 나올 때마다 반복적으로 정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김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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