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은 법은 항상 억울한 사람에게 손을 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 속의 법은 억울한 사람이 아닌 증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손을 들어 주는 것이다. 증거재판주의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증거는 서증이라고 하여 서류로 작성된 것과 증언이라고 하여 실제로 그 사건과 관련해 체험한 사람의 진술이 있다. 그러나 민사소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증언보다는 서증이다. 왜냐하면 사람이 사건에 대해 사실대로 진술을 함에 있어서는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불완전하고 또한 왜곡되기 쉽기 때문이다. 며칠 전 자신의 일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인간인데.
사실 서증에 관한 한 대부분 문서내용대로 인정해 주지만 증인의 증언은 사리에 합당한 경우에만 인정해 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억울하다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억울한 사람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참 억울하다 싶지만 억울함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 억울함을 풀길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계약을 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증거서류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서증이다. 서증이 중요한 것은 서로 약속한 내용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서증이 없으면 증거가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증언 역시 증거의 일종인 것이며 서증이 없으면 불완전한 증언에 의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이러한 서증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계약당사자의 권리의무가 기재되어 있는 처분문서인데 이러한 처분문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법원도 그 내용과 다르게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에 있어서 계약서류를 작성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데 이러한 계약서류 작성에 관련해 독자 여러분이 꼭 알아야 두어야 할 점을 말해야겠다. 바로 계약을 함에 있어 약정내용을 계약서에 기재하는 것 외에 구두약속이라고 당사자 사이에 말로만 약속하는 내용이 흔히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말로 약속하는 것은 계약내용이 아니라고 보면 대체로 정당하다. 실제로 소송상 법적 약속으로 취급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두로 약속한 것도 약속이라는 말을 믿지 말고 반드시 서류상에 기재하라는 것이다. 소송을 하면서 참 안타까운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운 좋게 상대방이 인정한다든지 아니면 계약 당시에 이를 목격한 사람이 있어 증언으로 법원을 설득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이다. 약속한 내용은 반드시 서류상에 그 내용 그대로 작성할 것, 비록 지나치게 세세하고 거의 의미 없는 것처럼 보여도 약속내용은 반드시 기재하는 것. - 이것이 증거를 설명하는 이 글의 중요한 목적이기도 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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