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세 주부 한 씨는 몇 개월 전부터 서서히 몸이 쑤시고 아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지 나이가 들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증상이려니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로 몸이 무겁고 뻐근함을 느꼈고,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런 한 씨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이름도 생소한 '섬유근육통' 이었다. 가끔 근육통이 있고 몸이 뻐근하고 손발이 붓기 시작하여 병원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현재 느끼는 통증이 병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섬유근육통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을지대병원 류머티스내과 신동혁 교수의 도움말로 섬유근육통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 주>
▲을지대병원 류머티스내과 신동혁 교수 |
과거에는 섬유조직에 염증이 있어 통증을 유발할 것으로 생각해 '섬유조직염'이라 불렀으며, 실제로 조직검사를 통해 관찰했으나 염증 소견 등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섬유근육통을 몸이 불편하다는 증후군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며, 일부에서는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환자의 대다수는 여성으로,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신동혁 교수는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조직의 잘못된 산소 이용으로 인한 근육의 이상 및 기계적인 원인, 수면장애와 신경호르몬의 이상, 중추신경계의 통증 전달 및 조절의 장애 등이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심한 스트레스 호소, 우울증 동반하기도=섬유근육통 환자는 외관상으론 건강해 보이고 각종 검사나 방사선 소견 등에서 객관적인 이상 소견이 발견되는 것은 극히 드물다.
또한 수면장애를 동반하므로 아침에 자고 일어나도 전혀 잔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밤새 꿈에 시달렸다고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다. 이밖에도 과민성 대장증상이나 편두통, 생리불순, 손발이 저리는 증상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대다수의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전신이 다 아프다'고 증상을 설명한다.
신동혁 교수는 “관절이 붓고 누를 때 통증이 있으며, 움직일 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면 관절염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만, 전신 중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가려낼 수 없이 아프다면 섬유근육통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대개의 류머티스 질환과 마찬가지로 섬유근육통을 진단하기 위한 특정한 검사법은 없지만 류머티스 관절염, 루푸스, 쇼그렌 증후군, 골관절염 등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과 구분해야 하므로 일반 혈액 검사뿐만 아니라 특수 면역 검사, X-선 촬영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미국류머티스학회의 지침에 따른 '섬유근육통 진단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환자가 직접 지난 한 주간 통증이 있었던 부위를 표시하는데, 턱관절, 가슴, 어깨, 배 등 총 19곳의 압통점이 명시되어 있다. 또한 피곤함 또는 피로정도, 아침잠에서 깨어날 때의 기분, 인지장애 및 신체증상 정도를 점수화해 진단 기준으로 삼는다.
이때 각 항목의 점수가 일정기준 이상이어야 하며, 증상이 비슷한 수준에서 최소 3개월 정도는 있어야 하고, 환자의 통증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이 없어야 한다.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 필요=섬유근육통 환자는 증상이 어느 정도 호전되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을 때까지 정기적으로 전문의를 찾아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약물요법으로 소염제와 진통제를 사용하기도 하나 그 효과가 제한적이며, 특히 항우울제의 사용은 통증과 수면에 호전을 보이나 효과나 부작용 등을 고려하여 사용해야 한다.
약물요법으로 증상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움직이면 통증이 생기므로 움직임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이 때문에 근육의 근력이 떨어지고 점차 약해진다. 그러나 약간의 통증을 감수하더라도 적어도 하루에 30분 이상씩 운동을 해야 한다.
몸 상태에 따라 점차 운동량을 늘려나가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갑자기 무리할 경우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근육을 늘려주는 맨손체조나 근력을 강화시키는 윗몸일으키기, 근육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의 운동을 꾸준히 해 주어야 한다.
이밖에도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일상생활에서의 사건, 사회적 또는 가족적 상황, 수면 습관에 대해 환자와 환자 가족이 함께 토의하고, 환자의 긴장을 풀어낼 수 있는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따라서 환자는 물론 가족들까지도 함께 극복하려는 의지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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