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자인 강봉균(52) 서울대 교수와 황준묵(50) 고등과학원교수는 50대로 자기분야 선두주자다. 이들은 처음부터 뇌의 시냅스에 대한 연구와 복소 기하학을 전공하지 않았다. 대학원을 진학하며 전공을 바꿨으며, 혹독한 석ㆍ박사과정을 밟았다. 과학자들에게 도전과 지속적인 연구를 당부한 강봉균ㆍ황준묵교수의 연구분야와 그들의 삶을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기초학문인 수학 분야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황준묵(50ㆍ사진) 고등과학원 교수는 기하학에서 독창적인 이론체계를 수립해 지난 수십 년간 풀리지 않던 학계의 여러 난제를 해결, 우리나라 수학의 위상을 한 차원 끌어올리며 국제 수학계의 리더로 떠올랐다.
라자스펠트 예상은 미국 수학자 라자스펠트가 1984년에 발표한 것으로, 공간의 변환과 대칭성, 공간의 곡선들의 성질 등의 관계를 다룬 예상이다. '예상'이 너무나도 그럴듯해 세계적으로 저명한 수학자 350여 명이 도전, 15년 동안 풀지 못한 기하학의 난제인 라자스펠트의 증명을 황 교수는 '극소유리접다양체' 이론을 창안해 해결했다.
변형 불변성의 증명은 '대칭성을 가진 공간이 갑자기 다른 공간으로 바뀔 수 없다'는 것이 골자로 황 교수는 1997년부터 2005년까지 공동연구를 통해 100페이지에 달하는 4편의 논문을 통해 증명해냈다. 이를 인정받아 2006년 세계수학자 대회(이하 ICM)에 한국인 최초 연사로 초청받아 자신의 논문을 발표했다.
강연이 끝나고서 ICM에 참석한 세계 석학들은 '뷰티풀'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황 교수는 “아름답다는 찬사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수식어라 생각한다. 수학은 아름다운 학문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4년 뒤 2010년, 황 교수는 ICM 초청강연자가 아닌 초청강연자를 선정하는 ICM 초청자 패널위원으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수학자임을 인정받았다.
황 교수는 처음부터 수학자의 길을 걷지 않았다. 황 교수의 부모는 우리나라 대표 가야금 명인으로 황병기(77)와 소설가 한말숙(82)의 장남으로 고교시절 수학 시간마저 소설책을 읽었던 문학소년에 가까웠다.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한 그는 물리학과 3학년 때 무한한 상상력을 펼 수 있는 기하학과 같은 고급수학을 접하면서부터 수학자의 길에 들어섰다. 전공과목인 물리학보다 수학 강의를 더 많이 들었던 그는 하버드대학원에 진학했다.
박사과정을 밟을 당시 한 수학자가 기하학 분야에서 기존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이론이 학계에서 크게 주목받아 많은 사람이 뛰어들었다. 황 교수도 주목받던 분야 연구주제를 옮길까 고민했다. 하지만, 지도교수인 시우 교수는 “남들이 한다고 따라가다 보면 단지 그들 중 하나가 될 뿐이다. 네가 아니면 누구도 하지 못할 연구를 하라”고 충고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복소 기하학 관련 논문을 주제로 택한 황교수의 연구는 쉽지 않았다. “1년은 아무것도 한 것 없이 그냥 지나갔다.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길을 몰라 아침에 눈을 뜨면 할 일이 없었다”는 황 교수는 당시 자신이 무능한 사람이 아닐까 해서 불안해 하기도 했다. 당시를 '손발이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회상한 황교수는 5년이 지나도 지도교수가 논문을 재촉하지 않았다고 한다. 난제에 대한 도전을 격려하고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은 연구환경이 그를 세계적인 수학자로 키운 토양이 될 수 있었다. 문제마다 정해진 해법을 찾는, 푸는 방법을 습득하는 수학이 아닌 풀리지 않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학자의 길은 그에게 많은 사색과 도전을 요구했다. 그는 여전히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에는 산책을 통한 사색을 통해 문제해결방법을 찾는다.
미국 하버드대 수학과 석ㆍ박사를 마치고 1996년부터 3년간 서울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했지만 연구에만 몰두할 수 환경은 아니었다. 결국, 그는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고등과학원으로 옮겼다.
황교수는 “난제 해결을 위한 도전의식과 도전경력보다는 논문 수 등으로 평가되는 환경이지만 논문 편수를 생산하기 위한 쉬운 연구가 아닌 어려운 연구와 중요한 연구 등 장기적인 지속을 통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말로 도전하는 젊은 수학자들이 많아지기를 바랐다.
권은남 기자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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