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자인 강봉균(52) 서울대 교수와 황준묵(50) 고등과학원교수는 50대로 자기분야 선두주자다. 이들은 처음부터 뇌의 시냅스에 대한 연구와 복소 기하학을 전공하지 않았다. 대학원을 진학하며 전공을 바꿨으며, 혹독한 석ㆍ박사과정을 밟았다. 과학자들에게 도전과 지속적인 연구를 당부한 강봉균ㆍ황준묵교수의 연구분야와 그들의 삶을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과학과 의학 발달했지만, 뇌와 기억의 신비는 오랫동안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뇌는 작은 우주라 불리며, 여전히 신의 영역처럼 여겨지고 있다.
지난해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강봉균(52ㆍ사진) 교수는 인간의 기억과 학습을 분자수준에서 규명하는 연구를 20여 년 째 하고 있다. 강 교수는 뇌 신경세포의 연결부위인 시냅스가 학습과 기억에 미치는 영향 등을 규명해왔다. 최근에는 기억의 재구성 과정과 만성통증, 자폐증 등 신경질환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기초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특정기억을 지우는 기억의 재구성 과정을 규명, 특정 기억을 유지하거나 지우는데 응용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생기는 정신질환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마디로 행복했던 순간을 평생 잊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인간의 바람에 한발 더 다가선 것이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아예 지워 버리거나, 고통을 크게 줄일 가능성을 발견한 강 교수는 나아가 치매를 비롯한 다양한 기억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강 교수의 연구를 요약한다면 시냅스의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에 관한 탐구다. 인간의 뇌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가 존재하고 1개 뉴런에는 1만 개의 시냅스로 구성돼, 수천조라는 천문학적인 시냅스로 이뤄졌다.
뇌 활동은 뉴런의 말단에 있는 시냅스를 통해 다른 뉴런과 연결되고 시냅스를 통해 신호전달물질을 주고받는 전기작용이라 할 수 있다. 시냅스를 통해 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에 사람은 생각하는 능력을 지니는 것이다. 휴대전화나 통신을 위해 기지국이 필요하듯이 시냅스는 뇌 안에서 정보전달을 하는 기지국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지국이 없다면 정보전달이 끊기듯이 시냅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뇌 활동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시냅스가소성이란 항상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학습과 환경에 의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복제에 성공하더라도 같은 조건의 환경과 학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똑같은 사람을 만들 수 없다. '자아(自我)' 역시 기억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부모 형제를 기억하지 못하고 과거의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현재 나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강 교수가 원래 미생물을 전공했다. 대학원생 시절, 분자생물학을 이용한 유전공학 바람이 강하게 불었고 이것을 활용하면 또 다른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때마침 그의 눈에 띈 것은 미국 컬럼비아대학 에릭 캔들교수가 쓴 기억이란 책자였다. 석사학위를 받고 에릭 캔들 교수 연구실의 문을 두드린 그는 1992년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도교수인 에릭 캔들 박사는 2000년 노벨생리ㆍ의학상을 받았다.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지옥 같은 혹독한 연구에 매달렸던 강 교수는 '과학을 한다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쉬운 것'이라 말한다. 모르는 것을 찾는 과정으로 수천조 개에 달하는 시냅스의 하나하나의 가능성을 찾는 일로 실망과 좌절이 따르지만, 과학발견의 상당 부분은 우연성이라는 재미있는 요소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 발견 등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발견된 것으로 우연과 맞닥뜨렸을 때, 당초 목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해도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강교수는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꾸준히 깊이 있게 파고드는 연구가 필요하다. 요령을 피우며 이것저것 연구하는 것보다 바보처럼 한우물을 파는 것처럼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말로 지속적인 연구를 강조했다.
권은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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