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의 거듭된 표류로 도청 신도시 기반 조성과 대전 원도심 개발은 추진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실망감을 넘어 이 이상 시간을 끌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법안소위에서 제동이 걸린 주요 사유는 정부 재정 부담이었다. 역설적으로 이것은 열악한 지방재정으로는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된다.
중요한 것은 지역 현안이 정부 반발에 직면한 데서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달 또는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재논의될 때는 확실한 준비를 앞세워야 한다. 대전시와 충남도의 공통 현안이면서 다소 다른 이견으로 공조가 풀린 부분도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지적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전액 국비 지원 선례 등에 대한 대응 논리도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충남과 경북 두 지역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자치단체가 부담할 몫을 왜 국가에 떠넘기느냐는 식으로 접근하는 정부의 시각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다른 한편 개정안 처리가 꼬이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미약한 의지만이 아닌 지역의 준비 부족에도 원인이 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등 정치에 매몰돼 선거 이후 곧바로 해결될 것으로 낙관한 것도 실책이었다. 전남도청 이전 당시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 선례도 심도 있게 검토하는 등 지역 현안에 대처하는 기본자세부터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정치권의 협조, 정부에 대한 설득과 압박 등 모든 면에서 준비가 소홀했다. 이후로도 상황이 저절로 호전될 요인은 별로 없다. 대선 공약 사업으로도 약속했고 국회의원 일부가 공동발의했다 해서 낙관은 금물이다. 확신이나 기대만 갖고 일이 관철되는 것이 아니다. 대전시와 충남도, 지역 국회의원들도 '따로국밥' 식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정말로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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