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연세소아과 병원장 |
작년에 '다문화 가정이라고 해서 반드시 도움만 받으라는 법 있는가? 우리도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도 있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도 있다'는 취지로 '자조(自助)' 모임을 만들어서 활동한다는 말을 들었다. 한 시대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문화'라는 말 자체가 몇 년 뒤에는 없어질 것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국에는 베트남 출신, 일본 출신이 아닌 오로지 한국 사람과 한국 사회의 구성원만 남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며칠 기분이 좋았다.
얼마 전에는 '다문화 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다문화 가정들이 모여 일자리도 창출하고 힘을 모아 이 세상에서 보람된 일을 해보자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고 했다. 우선 밭을 1만5000㎡ 빌려 깻잎 농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가을에는 배추농사를 지어 절임배추사업을 벌일 예정이란다. 취지를 듣고는 밭 주인들이 너무나 선선히 협조해 주었다고 고마워했다.
처갓집 인맥을 이용해서 믿을 수 있는 금산인삼제품을 '스스로' 만들어 베트남에 수출하고 현지에서 판매까지 직접 하기 위해 추진 중이라는 말도 들었다.
가장 기분이 좋았던 것은 '이런 사업을 벌이겠다고 하니 충남도청 공무원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도와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우선 사양했습니다. 우리 힘으로 얼마나 일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하고 그 때 가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부탁드리겠다는 생각입니다' 하는 말이었다.
나에게 조언을 구하는 자리였지만 나는 그저 감탄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됐다.
천안 문치과병원의 문은수 원장은 국제로타리 활동을 하면서 자주 만나는 사람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국제로타리에서의 직급 상 나의 직속상관이다. 며칠 전에 문원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다가 '그런데'와 '그리고'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토론을 할 때 먼저 얘기하는 사람의 말이 길어지면 우리는 대개 그 말을 자르고 들어가 자신의 의사를 주장한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토론이 아닌 논쟁이 되기 십상이다. 싸움판으로 번지는 경우마저 있다. 상대방의 의도를 깎아 내리려는 '뺄셈의 경제학'이다.
상대방의 말에 끼어들 때 '그런데' 라는 말로 시작하면 먼저 얘기하던 사람은 긴장한다. '이 사람이 내 의견에 반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말하는 동안 그 발언 내용을 경청하기 보다는 다시 재반박을 할 꼬투리를 찾느라 머리를 굴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말에 끼어들 때에는 '그리고'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문원장은 얘기했다. '덧셈의 경제학'인 셈이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한 좋은 토론문화를 위해 경청할 필요가 있는 귀한 말이라고 느꼈다.
김영섭 이사장과 문은수 원장은 공통점이 있다. 세상을 밝게 보고 이 세상을 위해 뭔가 할 일을 찾아 실천하면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희망을 꿈꾸고 더 나아가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 주위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 사람들이 한가하고 시간과 돈이 남아 돌아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생업을 위해 살기에도 벅찰 정도로 엄청나게 바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옳은 신념을 갖고 그 신념을 이루기 위해 뚜벅뚜벅 한 걸음씩 우직하게 걸어가는 좋은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이 마치 내일 망할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이토록 시끄러우면서도 이 사회가 하루하루 발전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에게서 배우는 삶의 지혜를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 세상에 필요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하루의 일상이 쌓여 인생이 되는 것이니 오늘 하루 느낀 것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는 생각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